[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기생충’에서 24번 문제를 풀고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다혜(정지소 분)를 보고 기우(최우식 분)는 느닷없이 손목을 잡으며 긴장감을 키웠다.

흐름을 놓치다 못해 맥박조차 흐트러졌다고 나무랐다. 기우는 곧 “시험이 뭐야?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거야. 정답? 관심 없어. 다혜가 오롯이 이 시험을 장악하는가만 관심 있어”라며 “실전은 기세야”라고 강조했다.

기우가 강조한 기세는 비단 시험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애는 물론 면접, 프레젠테이션, 강의 등 사람과 사람이 경쟁하는 모든 장면에서 기세는 중요하다. 특히 연애 시장에서 기세가 약한 사람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매력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다.

겸손하고 정중한 태도는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이거나 회피를 택하는 사람이 멋있게 보이기란 쉽지 않다. 경쟁이 붙은 순간에는 꼭 이겨야겠다는 일념이 필요하다. 일이든 사랑이든.

SBS PLUS, ENA ‘나는 솔로’ 20기에선 삼각관계 구도가 잡혔다. 초반부 흐름을 탄 영식과 현숙의 관계에 광수가 거침없이 몰아닥치면서다. 광수는 “남자는 자신감”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현숙을 불러냈다. 어떻게든 이 여인을 붙잡으려는 수컷의 용맹함을 드러냈다. 부끄러움도 자존심도 없다.

반대로 영식은 “현숙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싸움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영식을 기다리는 현숙은 조용히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영식이 답답한 모양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기세 싸움은 광수의 완벽한 승리다. 영식이 현숙의 마음을 붙잡을 수도 있을 테지만, 이대로라면 승률은 희박하다.

20기 정숙은 기세만으로 영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밤에 같이 있고 싶어”라는 야릇한 말도 서슴없이 던졌다. 20기 최고 인기남 영호는 몇 회째 정숙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세가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확실한 강점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발화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겠다”고 자신감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니까. 대부분 사람은 여러 시행착오와 고통을 견디면서 성장하고 기세를 갖춘다.

요즘은 기세가 좋다는 말을 종종 듣는 기자도 ‘쭈구리’ 시절이 있었다. 특히 지나치게 예쁜 미모의 여성 앞에선 늘 말을 더듬었다. 괜히 멋있는 척 어색한 제스처를 하기 바빴다. 연락이 안 되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조급함을 누르지 못하고 “뭐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제 그 여성들이 진짜 뭐 하는지 알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오늘도 쓸쓸한 밤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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