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새 역사를 쓰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패’라 할 수 없다.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다. 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 주인공은 롯데 손호영(30)이다.

손호영은 21일 고척 키움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거침없이 달렸으나 30경기 연속 안타에서 마침내 멈췄다. 땅볼을 친 후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투혼까지 보였으나 미치지 못했다.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손호영은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46경기, 타율 0.324, 8홈런 35타점 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11을 기록 중이다.

홍익대 중퇴 후 미국에 도전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됐다. 뚜렷하게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2023년까지 4년간 친 안타가 40개다.

지난 3월30일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21일까지 친 안타수가 55개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 4월17일 LG전부터 6월20일 KT전까지 30경기 연속 안타를 일궜다. 5월3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자리를 비우기는 했다. 지난 2일 NC전에서 돌아왔고, 계속 안타를 만들었다.

단순히 꾸역꾸역 1안타씩 친 것도 아니다. 30경기 가운데 멀티히트 경기가 13번이나 된다. 3안타 경기도 한 차례 있다. 멀티히트 비율이 43.3%에 달한다. 시즌 8개 홈런 또한 연속 경기 안타 기간 다 때렸다.

손호영이 30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동안 롯데는 15승 1무 14패, 승률 0.517을 기록했다. 시즌 승률 0.429를 훌쩍 넘는 수치다. 손호영의 활약이 그만큼 귀했다.

31경기 연속 안타까지 갔으면 좋을 뻔했다. 롯데 레전드 박정태와 함께 ‘최장 경기 연속 안타’ 공동 1위가 될 수 있었다. 야구가 매번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미 ‘커리어 하이’다. 손호영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갔을 때, 이렇게 할 것이라 예상한 이가 몇 명이나 있었을까. 주전보다는 백업이었고, 부상도 꽤 잦았다. 가진 재능을 오롯이 살리지 못했다.

이적 후 새 환경에서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폭발’이다. 처음에는 ‘뎁스 강화’를 말했다.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주전이다. 김태형 감독 마음에 쏙 든다.

여전히 팀이 하위권이다. 더 올라갈 수 있을 듯한데 좀처럼 안 된다. 다시 힘을 내야 할 때다. 손호영도 마찬가지다. 기록은 어차피 끝난 일이다.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손호영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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