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KIA ‘야구 천재’ 김도영(21)이 역사를 썼다.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다섯 번째다. 선수로는 네 명째. 이 가운데 가장 어리다. 올시즌 대위업도 달성할 수 있다. 40-40이다.

김도영은 올시즌 74경기, 타율 0.341, 20홈런 56타점 22도루, 출루율 0.402, 장타율 0.608, OPS 1.010을 기록 중이다. 이상적인 타자를 논할 때 ‘3-4-5’를 말한다.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이다. 김도영은 아예 장타율 6할을 찍고 있다.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쪽은 홈런과 도루다. 20-20을 완성했다. KBO리그 역대 57호다. 구단 역사에서는 12번째 기록이다. 토종 선수로는 2003년 이종범(20홈런-50도루) 이후 21년 만이다.

전반기 20-20은 43년 KBO리그 역사상 딱 세 명에게만 허락된 기록이다. 박재홍(현대, 1996·2000년), 이병규(LG, 1999년), 에릭 테임즈(NC, 2015년)다. 9년 세월이 흘러 김도영이 이름을 올렸다.

김도영은 기록 달성 후 “4월에 10-10을 했다. 꾸준히 출전하면 20-20을 전반기 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른 시기에 기록이 나와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눈앞에 있는 기록은 이제 달성했다. 팀이 이기는 데 더 집중하고,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30-30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반기 20-20은 시즌 30-30 ‘보증수표’라 할 수 있다. 박재홍-이병규-테임즈 모두 30-30을 만들었다. 김도영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가능성을 말한다면 아주 크다고 봐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다. 오로지 테임즈만 달성했던 40홈런-40도루다. 2015년 47홈런-40도루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마침 김도영도 2015년 테임즈와 같은 73경기 만에 20-20을 찍었다.

지난 2년간 쌓인 울분을 토하는 듯하다. 큰 기대 속에 프로에 왔다. KIA가 ‘파이어볼러’ 문동주(한화)를 포기하고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다. 첫 시즌인 2022년 시행착오를 겪었다. 손가락 등에 부상도 왔다.

2023시즌에는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부상이 닥쳤다. 주루 도중 왼쪽 중족골 골절상을 입고 말았다. 6월 하순 복귀했다. 돌아와 맹타를 휘둘렀다. 84경기 출전에 그친 부분이 아쉽다. 초반 부상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올해도 정상적으로 출발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 출전했는데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다 왼손 엄지 인대 파열 및 견열 골절 부상을 당했다. KIA가 발칵 뒤집혔다.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2024 스프링캠프를 오롯이 치르지 못했다.

그래도 건강한 김도영은 전혀 문제가 없다. 3월은 타율 0.154로 주춤했으나 4월에만 10홈런-14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초 ‘4월 10-10’을 달성했다. 6월에는 마침내 20-20까지 정복했다. 20번째 홈런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상대로 뽑았다.

지난 2년간 10홈런인데 올시즌 벌써 20개. 타율도 고공행진이다. 3년차를 맞아 완전히 눈을 떴다. 40-40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김도영이 달성한다면 KBO리그 토종 선수로는 역대 최초 기록이다.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다. 40도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도루(25개)에 육박했다. 관건은 홈런이다. 현재 38홈런 페이스다. 조금 부족하다. 반대로 그 이상 때릴 수도 있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올시즌 기대를 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리 치는 선수도 있고, 잘 뛰는 선수도 있다. 둘 다 되는 선수는 김도영 하나밖에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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