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퍼펙트는 무산됐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투구를 했다. 막 반환점을 지난 시점에서 후반기를 기대할 수 있는, 반등 예고 투구를 펼친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35)다.

켈리는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9이닝 1안타 무볼넷 3삼진 무실점.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총 102개의 공을 던졌고 삼진 3개를 잡았다. 시즌 4승째를 강렬하게 장식한 켈리다. 통산 두 번째 완봉승. 올시즌 KBO리그 두 번째 완봉승이다.

완전무결에 가까운 투구였다. 이날 켈리는 꾸준히 시속 140㎞ 후반대 속구를 구사했다. 9회에도 공에 힘이 있었다. 포심이 힘있게 포수 미트에 들어가면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이 시너지 효과를 이뤘다. 포심 최고 구속 149㎞. 6월1일 잠실 두산전 150㎞ 이후 올시즌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켈리다.

LG는 4-0으로 삼성을 꺾고 화요일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화요일 경기 3승 10패였는데 화요일 경기 4승째를 따냈다. 켈리는 1안타 완봉승 기준 최소 27타자 상대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15년 양현종의 28타자 상대 1안타 완봉승이었다.

다음은 경기 후 켈리와 취재진 인터뷰.

-방송 인터뷰 중에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는?

8회와 9회 팬분들이 정말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그 에너지를 느꼈고 받은 에너지를 통해 오늘 이렇게 잘 던질 수 있었다. 방송 인터뷰하면서 다시 팬들을 봤는데 에너지를 받은 고마움이 감동으로 다가와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갑자기 눈물을 흘려 다들 놀라신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퍼펙트까지 1이닝만 남긴 9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다른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빨리 아웃 3개를 잡는다는 생각보다는 아웃 하나씩 잡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다. 늘 보면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더 하려다가 무산이 되는 것을 봤다. 그래서 그냥 경기 내내 단순히 생각하면서 빠르게 투구하려 했다. 좋은 느낌을 유지하는 데에 신경 쓰면서 던졌다.

-9회 안타를 맞았을 때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박동원 선수도 바로 올라왔는데 무슨 얘기를 했나?

박동원 선수가 ‘우리 퍼펙트 눈앞까지 왔는데 아쉽다. 그래도 진짜 멋있게 잘했다. 끝내보자’고 했다. 인생에 한 번 오는 기회이고 이 순간을 위해 길게 빌드업을 했는데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박동원 선수가 다시 나를 집중하게 만들어줬다. 완봉승을 할 수 있게 박동원 선수가 도와줘서 고맙다.

-안타 맞은 공은 무엇이었나?

체인지업이었다. 좋게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잘 쳤다.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야구에서 나오는 일이라고 본다.

-퍼펙트가 깨지고 1루를 향해 인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팬분들께서 정말 기대가 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박수를 쳐주셨다. 이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고맙다는 의미로 인사했다.

-6월1일 두산전에서도 오늘처럼 구속이 잘 나왔다. 6월 들어 구위가 올라온 경기가 나오고 있다. 좋았을 때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나?

구속이 올라오는 게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초에는 구속에 왜 안 올라오는지 참 답답했다. 그래서 훈련도 많이 했다. 내가 예전에 어떤 투수였는지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훈련했다. 이제야 좀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더운 여름이 오지 않았나. 날씨에 맞춰서 구속이 올라온다는 느낌도 든다.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나중에 오늘 경기를 돌아보면 어떻게 기억이 될 것 같나?

굉장히 특별한 경기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투수로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부터 정말 어렵다. 8회까지 안타도 안 맞고 볼넷도 안 주고 점수도 안 내줬다. 물론 한국시리즈 등판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다. 오늘 경기는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수비하는 야수의 집중력도 좋았다.

우리 수비가 리그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 늘 우리 야수들이 전력으로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든함을 느낀다. 나는 그저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야수들이 다 처리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9회 첫 안타를 맞았지만 문보경이 더블플레이를 만들어줬다. 오스틴이 타구를 잘 잡고 1루에 태그한 것도 멋진 수비였다. 박동원의 리드도 굉장했다. 이런 최고 선수들과 야구를 하는 게 기쁘고 영광스럽다.

-야수들도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누가 가장 긴장한 것처럼 보였나?

구본혁이 가장 긴장한 것 같았다. 구본혁 다음은 문보경 같았다.

-올시즌 힘든 순간도 많았다. 오늘 경기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경기가 될 것 같다. 오늘 공을 던지면서 ‘맞아 예전에 이런 공을 던졌어. 이 정도로 강한 공을 던졌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정말 멋진 하루를 보냈는데 오늘까지만 이 기분을 즐기겠다. 그리고 내일에는 오늘 투구 느낌을 이어갈 수 있게 다시 열심히 훈련하겠다. 내일 야구장에 오는 순간부터 새로운 날이라는 생각을 갖고 다음 등판을 열심히 준비하겠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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