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멀티 이닝을 최소화해야 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반기 LG 최고 수훈 선수다. 마무리 투수 첫해에 이보다 잘할 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얇아진 불펜 뎁스로 수시로 8회에 등판해 9회까지 책임졌다. 1군 데뷔 2년 만에 올스타로도 선정된 LG 클로저 유영찬(27) 얘기다.

유영찬은 전반기 37경기 39.2이닝을 소화하며 세이브 18개를 기록했다. 숫자로 드러난 것처럼 경기 수 대비 이닝 수가 많은데 그만큼 빈번히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8회 등판해 기록한 세이브만 8개. 지난 6월19일 광주 KIA전에서는 아웃카운트 6개 세이브를 달성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지난 4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로 팀의 3연패를 끊었다.

결과만큼 과정도 뛰어나다. 일단 구속이 계속 오른다. 지난해 이따금 찍었던 시속 150㎞가 꾸준히 나온다. 속구 평균 구속이 150㎞대로 측정되는 경기가 늘고 있다. 아웃카운트 6개 세이브를 올린 KIA전 또한 속구 평균 150.1㎞로 측정됐다. 힘 있는 속구와 조화를 이루는 결정구도 갖췄다.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좌타자 상대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만든다.

그래서 아껴야 한다. 과부하가 오기 전에 멀티 이닝만은 최소화해야 한다. 전반기 총 11회에 달한 멀티 이닝을 후반기에는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염경엽 감독의 후반기 절대 과제도 여기에 있다.

염 감독은 후반기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후반기 최우선 목표는 유영찬의 멀티 이닝을 줄이는 것”이라며 “유영찬이 정규시즌 끝까지, 그리고 포스트시즌까지 활약하기 위해서는 전반기처럼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전반기처럼 계속 8회에 나오면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다. 즉 최대한 빨리 8회를 책임지는 투수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처음 마주한 고민은 아니다. 사실상 전반기 내내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백승현 이우찬 박명근 이지강 정우영 이상영 등을 8회 셋업맨으로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누구도 연착륙하지 못했다.

박명근이 홀드 8개를 기록하며 자리 잡는 것 같았는데 지난달 5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선발이 6회까지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을 책임질 투수 3명이 늘 부족했다. 유영찬 김진성과 트리오를 이룰 필승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불펜진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염 감독은 “현재로서는 백승현과 다음 주에 돌아올 박명근을 기대하고 있다. 둘 다 지난해에는 셋업맨 역할을 잘했다”면서 “박명근 외에 합류하는 선수도 최대한 기용할 것이다. 다음 주 상무에서 돌아오는 임준혁. 투구 프로그램에 들어간 함덕주도 편한 상황부터 마운드에 올리며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4.61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했다. 그런데 1위 두산의 3.96과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LG 불펜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1위였다. 양질의 불펜을 앞세워 무수히 많은 역전승을 만드는 게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승리 공식이었다.

다시 공식을 세우려 한다. 후반기 첫 주자는 백승현. 전반기 홀드 1개에 불과했는데 홀드 숫자가 늘어야 강한 불펜을 앞세운 1위 탈환이 이뤄질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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