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이 후보의 황당한 궤변이 담긴 과거 영상이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자유민주당이 주관한 제8회 자유아카데미에서 강연자로 나서 MBC 관련 강연을 했다. 유튜브채널 ‘자유민주당’에 올라온 영상에서 이 후보는 ‘MBC 노영방송 막지 못하면 노영민국 된다’라는 내용으로 PPT 강연을 한다.

MBC 본부 노조와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을 광범위하게 비난한 이 후보는 돌연 영화계와 연예계를 이상한 정치적 이분법으로 쪼개기 시작한다.

그는 “보면 문화 권력도 좌파 쪽으로 되어 있다. 기가 막힌다. 좌파 성향 영화 만들면 히트하고 또 이렇게 (흥행작이) 많다. 이런 영화를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 DNA에 스며든다”라며 흥행작들을 좌우로 갈라놓았다.

그가 분류한 좌파영화는 ‘베테랑’(1300만·류승완 감독) ‘택시운전사’(1200만·장훈 감독) ‘암살’(1200만·최동훈 감독) ‘변호인’(1100만·양우석 감독) ‘설국열차’(900만) ‘기생충’(1000만·이상 봉준호 감독) ‘공동경비구역 JSA’(500만·박찬욱 감독) ‘웰컴투 동막골’(800만·배종 감독) ‘괴물’(1300만·봉준호 감독) 등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은 무려 3편의 좌파영화(‘설국열차’ ‘기생충’ ‘괴물’)를 만들어낸 ‘좌파의 최고봉’이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의 흥행에 대해서도 “좌파의 역사 공정, 선거로 이어진다. 총선을 앞두고 좌파 진지를 공고히 다질 촉매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그가 우파영화로 꼽은 작품은 ‘국제시장’(1400만·윤제균 감독) ‘태극기 휘날리며’ (1100만·강제규 감독) ‘인천상륙작전’(700만·이재한 감독) ‘연평해전’(600만·김학순 감독) 등이었는데 이진숙 분류표상 좌파인 ‘베테랑’과 우파인 ‘국제시장’에 모두 출연한 황정민은 양대 진영을 통합한 배우였다.

이어 ‘연예계도 좌파 편중’이라는 제목으로 좌파 VS 우파 연예인을 갈라놓은 내용도 담겼다. 좌파 연예인 란에는 “개념 연예인” “소신발언”이라고 적혀, 이런 수식어로 불리는 사람들을 좌파로 분류했다는 신박한 기준이 추가됐다.

이진숙식 좌파 연예인에는 정우성, 문소리, 김규리, 권해효, 김제동, 김미화, 안치환 등이 적혀 있었는데, 옆에 적힌 이유가 더 가관이었다. 정우성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 권해효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를 비판한 ‘백년전쟁’ 내레이션을 했기 때문이었다.

문소리는 지난 2022년11월 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서 그해 10월말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스태프를 애도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는데, 이것이 좌파 분류의 이유였다.

우파 연예인에는 나훈아, 김흥국, 강원래, 소유진, 설운도가 적혀 있었는데 설명은 생략되어 있었다. 뭔가 좀 설명하기가 애매했는지 문제의 PPT 페이지는 설명 없이 “연예계도 아시죠?”라며 넘기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 후보는 1987년 MBC 보도국으로 입사해, 2010년 MBC 홍보국 국장, 대변인, 2015년 대전 MBC 사장을 거쳤다. 2021년8월 윤석열 대선캠프에 언론특보로 합류했다가 페이스북 논평이 논란이 되며 일주일만에 해촉됐고, 그해 10월 캠프 시민사회 총괄본부 대변인으로 재영입됐다.

MBC 기자들에게는 최악의 선배로 낙인찍혀 2012년 MBC 김재철 사장 시절 MBC 기자협회에서 제명된 불명예스러운 이력도 갖고 있다. 2014년 MBC 보도본부장을 맡았는데, 당시 세월호 참사 ‘전원 구조’ 오보 등으로 논란이 됐으며, MBC 직원 노트북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동선을 감시하고 불법 사찰한 혐의로 2016년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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