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고향 팀’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데뷔전을 치른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은 첫판부터 존재 가치를 알렸다.

정우영은 지난 10일 광주FC와 K리그1 2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5분 보야니치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최근 훈련에 갓 합류했지만 그는 국가대표답게 안정적인 전환 패스와 경기 조율, 예리한 슛으로 울산 팬을 즐겁게 했다. 비록 팀은 0-1로 졌지만 향후 중원사령관 구실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줬다.

정우영은 지난달 중동 생활을 청산하고 울산과 전격적으로 계약했다.<본지 6월28일자 온라인 단독보도> 지난 1일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울산 선수단에 합류했다.

울산엔 ‘천군만마’와 다름이 없다. 지난해 여름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가 중동으로 떠난 뒤 3선에 명확한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엔 김영권, 황석호 등 핵심 센터백이 줄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고교생 강민우까지 선발진에 올리는 등 여름 레이스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 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 요원으로도 제몫을 하는 멀티 수비수다. 월드컵만 두 차례(2018 러시아·2022 카타르) 경험한 풍부한 경험치까지, 울산 수비진의 리더 구실도 할만하다. 특히 울산은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도 앞두고 있다. 정우영의 영입은 장기적으로 클럽월드컵까지 내다 본 선택이었다.

지난 2011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로 데뷔한 정우영은 해외에서만 클럽 커리어를 쌓았다. 주빌로 이와타, 비셀 고베(이상 일본), 충칭 리판(중국)을 거쳐 2018년부터 알 사드(카타르) 유니폼을 입고 중동 무대를 누볐다. 알 사드에서 세 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하고 월드컵에서도 활약하며 전성기를 누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빙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밑에서 뛰기도 했다.

선수 황혼기를 맞이하면서 지난해 여름 국내 무대 진출을 타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가치를 눈여겨 본 사우디 클럽 알 칼리즈가 손을 내밀었다. 정우영은 알 칼리즈에서도 수준급 활약을 뽐냈다. 여전히 중동 시장에서 그를 원하는 팀이 존재했는데 알 칼리즈와 1년 계약을 마친 뒤 스스로 전성기 폼에서 멀어지기 전 K리그에서 뛰기를 바랐다.

지난달 11일 대표팀 일원으로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최종전에 나선 뒤 휴가를 보내던 정우영은 울산 구단과 연봉 등 세부 조건에 합의했다.

고향 팀 울산에 진심이었다. 정우영을 원하는 K리그1 내 또다른 빅클럽도 존재했다. 심지어 울산이 책정한 연봉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우영은 돈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울산과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 진심에 울산 구단도 기존 금액보다 더 인상한 조건을 매기기도 했다. 첫판부터 중원의 믿을맨 노릇을 한 정우영은 K리그1 3연패와 클럽월드컵 호성적을 노리는 울산의 새로운 엔진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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