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1월 대선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J.D.밴스(39)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은 세계 최강대국 2인자 후보로서 첫 선을 보인 자리에서 가족의 가치와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했다.

밴스 의원은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행한 연설에서 정책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것을 대부분 그대로 답습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세계평화 확보의 부담을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나라들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다”고 못박은 대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국방예산 증액 및 미군 주둔 비용 대폭 증액 요구를 그대로 설파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 대폭 증액 요구가 있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또 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중단하겠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중시 기조를 “사기”로 규정했다. 또 철저히 미국 근로자의 이익과 미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겠다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발탁해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찬사를 보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비아냥과 거친 표현 대신 단호하면서도 절도있는 화법을 구사했다.

일례로 “우리는 우리가 반드시 보내야할 때만 우리의 아이들을 전쟁터에 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도 대외 군사개입을 웬만해서는 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한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재집권시 미국이 철저한 고립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가진 일부 유권자들을 의식한 화법으로 보였다.

이날 밴스의 부통령 후보 데뷔전을 관통한 키워드는 ‘가족’과 ‘아메리칸드림’이었다.

그의 연설에 앞서 인도계인 부인 우샤 밴스가 등장해 짧은 연설을 했고, 현장에 알코올 중독을 극복한 모친도 자리했다.

특히 밴스는 “내게 가장 중요한 아메리칸 드림은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의 가난한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자수성가해 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자신을 반듯하게 키워준 모친과 할머니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가족과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는 밴스 본인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지만 이번 대선 전략과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정당이지만 여러 성추문에 휩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생 역정에 비춰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왔다고 하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인, 정치인으로서 정점에 섰지만 뉴욕에서 크게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일반인들은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성공한 금수저’를 떠올린다.

결국 밴스의 가족 및 아메리칸 드림 강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 내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측면이 강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또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강조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선거운동 기간 밴스가 집중할 대상으로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의 노동자 및 농민을 거론한 것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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