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장례식장.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웅수 부총재의 부친상으로 수많은 축구인과 관계자가 조문했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도 저녁 시간대에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한 부총재, 그리고 그의 가족을 위로한 뒤 자리에 앉았다가 주요 인사를 만났다. 그리고 자리를 뜰 때 주변에 있던 조문객과 일일이 악수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비롯해 KFA를 둘러싼 각종 잡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장례식장에 있던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께서 인사할 때마다 ‘죄송하다’고 말씀했다. 아무래도 축구계가 뒤숭숭한 만큼 수장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려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다수 축구인은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한국 축구 수장이 상갓집에서 사죄할 게 아니라 대중 앞에서 해명이든, 용서든 ‘대국민 메시지’를 내달라는 의미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히 팬의 비판만이 아니지 않느냐. 축구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나 있다. 이를 조금이라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만한 그림을 만들려면 회장이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다수 축구인이 오간 장례식장에서는 단연 최근 KFA를 둘러싼 얘기가 오갔다. 그중 KFA의 안이한 행정 속 축구인조차 두 동강 난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 국가대표 박주호의 소신 발언이 시작점이었다. 그 후 이영표 박지성 이동국 등 축구계 스타가 비판 여론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들 중엔 KFA 역사상 최대 헛발질로 기록되는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범죄 축구인 기습 사면 파동 때 휘말린 축구인도 있고, 주요 직책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이도 있다. 책임지는 자리는 회피하면서 인기영합주의적 발언을 한 축구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비판하는 축구인이 따르면서 한국 축구 전체가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례적으로 대표팀 선임 과정을 비롯해 KFA 운영 전반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공표했다. 정치권의 비판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정 회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내년 KFA 회장 4선 도전이 유력한 그가 현재 논란에 침묵하는 건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어느 방식이든 한국 축구가 재정비하려면 정 회장이 대중 앞에 다시 서야 한다는 견해가 축구인이 몰려든 상갓집에서도 울려 퍼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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