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무려 21년 만이다. 삼성이 팀 홈런 공동 1위를 달린다. 최근 몇 년간 흐름이 좋지 않았다. '거포가 없다'며 한탄했다.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저기서 터진다. 루벤 카데나스(27)가 화룡점정이다. 시작부터 함께였으면 좋을 뻔했다.

삼성은 올시즌 팀 홈런 111개를 치고 있다. KIA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이 치는 팀이다. 이 자체로 반갑다. 수년간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홈을 살리지 못한 점이 컸다.

타자친화적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를 홈으로 쓰는데, 홈런 마진이 줄곧 마이너스였다. 남이 치는 홈런을 바라만 본 날이 더 많았다. 올시즌은 라팍에서 홈런 77개 쳤고, 61개 맞았다. 마진이 '+16'이다. 홈런 1위를 달리는 원동력이다.

전통적으로 ‘타격의 팀’이다. 의외로 팀 홈런 1위는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이다. 당시 213홈런을 쐈다. 2위 현대가 175홈런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이승엽이 56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마해영이 38개, 양준혁이 33개다. 공포의 ‘이마양 트리오’다. 진갑용이 21개, 브리또가 20개 날렸다.

2024시즌 다시 홈런으로 명함을 내민다. 그때처럼 골고루 터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구자욱이 20홈런, 김영웅 18홈런, 이성규 17홈런, 강민호 11홈런이다. 이재현과 박병호도 9개씩. 두 자릿수 홈런이 보인다.

새로운 거포도 추가했다. 카데나스다. 19~21일 딱 세 경기 했는데 홈런 두 방이다. 20일 140m짜리 장외 홈런을 날렸다. 21일도 장외 끝내기 투런포를 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전임 데이비드 맥키넌이 72경기 뛰면서 홈런 4개 쳤다. 시즌 초반 높은 정확성과 눈 야구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홈런 부족은 아쉬웠다. 갈수록 장점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이 커졌다.

그사이 다른 팀 외인은 잘 쳤다. 데이비슨(NC)이 28홈런으로 전체 1위다. 로하스(KT)가 23홈런, 소크라테스(KIA)가 21홈런이다. 오스틴(LG)이 20홈런, 페라자(한화)가 17홈런이다.

도슨(키움)이 11홈런이고, 에레디아(SSG)-레이예스(롯데)-라모스(두산)가 10홈런이다. 맥키넌이 5개도 치지 못하고 떠났으니 삼성이 얼마나 덕을 보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칼을 뽑았다. 맥키넌을 보내고 카데나스를 데려왔다. 강력한 스윙이 돋보인다. 오자마자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삼성과 팬들은 처음부터 카데나스와 함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아직 끝이 아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2위 LG를 1경기 차로 쫓고 있다. 반대로 4위 두산과 승차는 2경기다. 금방 뒤집을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넓게 보면 2~7위가 '다닥다닥' 붙었다. 순위표가 요동친다.

방망이의 힘이 중요하다. 홈런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경기도 끝낼 수 있다. 특히 삼성이 카데나스 영입으로 ‘라팍형 타선’을 완성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그 자체로 상대에게 압박이다. 마침내 삼성이 ‘라팍 맛’ 제대로 본다. 아직 홈경기는 26경기나 남았다.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팀 홈런 1위다. 새로 온 외인이 터진다. 더 많이 때릴 수 있다는 의미다. 21년 만에 삼성이 홈런 1위를 노린다. 팀에 딱 한 명뿐이지만, 외국인 타자가 이래서 중요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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