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114억2638만원이 137억1165만원으로 올랐다. 순식간의 지갑이 커졌고 지출을 계획한다. 올시즌 후 다시 뜨거워질 스토브리그 얘기다.
MVP급 최대어는 없다. 하지만 선발진을 업그레이드할 투수와 내야진에 중심을 잡을 유격수는 있다. 예비 프리에이전트(FA) KT 엄상백(28)과 심우준(29)이 그렇다. 둘 다 일찍이 오는 겨울 FA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적 가능성이 마냥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10구단 중 5구단이 샐러리캡 상한선에 10억원 이내로 근접했다. 이미 진행 중인 계약까지 고려하면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 구단은 많지 않았다.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9위에 자리한 한화 또한 지난겨울 안치홍과 류현진을 영입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샐러리캡 상한선이 올랐다. 2025년 샐러리캡 상한선은 114억2638만원에서 20% 오른 137억1165만원이다. 20억원 이상 증액이다. 즉 연간 20억원, 4년 80억원 FA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FA로 향한다. 선발이 필요한 구단은 엄상백, 유격수가 필요한 구단은 심우준에게 시선을 둘 수 있다. 벌써 지방 A구단이 엄상백, B구단이 심우준을 노린다는 얘기가 돈다. 현실이 된다면 KT에는 치명타다. 2020년부터 신흥 강호로 올라섰고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에 있어 엄상백과 심우준은 창단 해부터 함께 한 프랜차이즈 선수다.
당연히 KT가 둘을 잔류시킬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까지 KT는 팀 연봉 순위에서 하위권에 자리했다. 그런데 올시즌을 앞두고 고영표와 5년 최대 107억원 대형 계약을 맺었다. KT가 엄상백과 심우준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증액된 샐러리캡 상한선을 가득 채우거나 넘길 수 있다.
물론 아직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엄상백과 심우준 모두 FA 계약 기간 전성기를 누릴 젊은 선수다. 하지만 각자 포지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보기에는 어렵다.
선발과 중간을 오간 엄상백은 규정 이닝을 소화한 시즌이 없다. 2022년 140.1이닝이 최다 이닝. FA를 앞둔 올해 114이닝을 소화하면서 규정 이닝을 채울 수 있는 첫해를 만들고 있다. 올해 평균자책점은 5.13. 통산 평균자책점도 4.85로 높은 편이다.
심우준도 공수겸장 대형 유격수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넓은 수비 범위와 뛰어난 주력이 장점이지만 타석에서 생산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통산 타율 0.255·통산 OPS 0.641이다. 지난달 상무 전역 후 합류해 타율 0.356·OPS 0.875로 맹활약하는데 표본이 14경기에 불과하다.
즉 지금 시점에서 둘의 가치가 80억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붙는 몸값도 80억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입 경쟁이 붙는다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샐러리캡 상한선 증액으로 지갑을 여는 구단이 나타나는 것도 이 지점이 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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