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만화에서 나온 것 같다’는 표현도 진부하다. 그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가 또 하나의 ‘최초’를 바라본다.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역대급 드라마를 만든다. 오타니는 지난 24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 홈경기에서 끝내기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 통산 6번째 40홈런·40도루에 성공했다. 4회말에는 특유의 주력으로 도루도 더했다.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쳐 40번째 도루를 기록했다.

멈추지 않았다. 25일 곧바로 41번째 아치를 그렸다. 5회말 탬파베이 선발 투수 타지 블래들리에 맞서 솔로포를 작렬했다. 전날 끝내기 만루포의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최근 12경기에서 6홈런. 정규시즌 가장 중요한 시기 가속 페달을 밟는 오타니다.

늘 그랬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빅리그 150년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투타 겸업을 이뤘다. 투수로서 사이영상 후보에 올랐고 타자로서 홈런왕을 차지했다. 불굴의 의지를 바탕으로 역사를 새롭게 썼다.

수술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지난겨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마운드에서 멀어졌는데 투수 재활을 겸하며 타자로 풀타임을 소화한다. 타격에 전념하는 만큼 역대 최다 홈런을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홈런에 도루를 더했다. 손과 발로 다저스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도루 성공률 0.909. 정말 못 하는 게 없는 오타니다.

어느 정도 예고는 됐다. 이미 두 차례 20도루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주력도 뛰어나다. 올해는 선발 등판에 따른 체력 부담이 적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뛴다. 마냥 뛰는 것은 아니다. 성공률에서 드러나듯 노련함을 앞세워 베이스를 훔친다. 투수 경험을 살려 상대 투수의 변화구 타이밍, 견제하지 않는 타이밍에 맞춰서 뛴다. 3루 도루에도 능하다.

지난 3월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에서도 그랬다. 당시 오타니는 개막전에 앞선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주루 훈련만 그라운드에서 소화했다. 타격 훈련은 실내 훈련장에서 했는데 주루 훈련시에는 그라운드에 나왔다. 고척돔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했고 투수의 투구 타이밍, 동료 타자의 타격 타이밍에 맞춰 뛰는 것을 반복했다.

늘 최선을 강조한다. 투수로 나서지 못하는 시즌. 홈런 치는 대도로 변신했다. 그렇게 50홈런·50도루 새 역사에 다가간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32경기 남았다. 32경기 동안 9홈런 10도루를 더하면 전인미답 영역에 도달한다. 오타니는 이날까지 최근 34경기에서 12홈런 17도루를 기록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새 역사다.

ML 역대 40-40 달성자 중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알폰소 소리아노다. 소리아노는 2006년 워싱턴 소속으로 46홈런 41도루를 기록했다. 최다 도루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애틀랜타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다. 아쿠나 주니어는 41홈런 73도루였다.

오타니는 50-50과 함께 내셔널리그 MVP 역시 정조준한다. 2021년과 2023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였다. 다저스 이적 첫해부터 MVP를 수상해 양대 리그 MVP 경력까지 바라본다. ML 역사에서 양대 리그 MVP는 프랭크 로빈슨 한 명뿐이다. 로빈슨은 1961년 신시내티에서 내셔널리그 MVP. 1966년 볼티모어에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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