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지키는 게 더 어렵다. 현대 야구는 특히 그렇다.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과 2016년 두산 이후 연속 우승을 이룬 팀이 없다. 메이저리그(ML)는 더 오래됐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뉴욕 양키스의 3연속 우승이 마지막이다. 정상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연속 우승과 왕조를 바라보는데 현실은 냉혹하다.

올해 LG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이 사라졌다. 2023년 페넌트레이스를 독주하면서 정규시즌 종료 2주를 앞두고 1위를 확정 지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졌으나 2차전부터 저력을 발휘했고 3차전 역전승으로 일찍이 통합 우승 승기를 잡았다.

2024년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최강 타선을 이룬 야수진 핵심 선수들이 고스란히 유지됐다. 30대 베테랑이 많지만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를 우려할 선수가 없었다. 고우석의 미국행과 이정용의 상무 입대로 불펜진의 높이가 낮아졌으나 그래도 타선의 힘은 여전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사령탑도 ‘왕조’를 외쳤다. 2024년의 첫날. 문자 메시지 혹은 전화를 통해 김현수 오지환 박동원 박해민에게 커리어 하이 시즌을 강조했다.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지만 넷 중 둘만 지난해보다 활약해도 타선은 한층 강해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커리어 하이 시즌은 없다. 커리어 평균 정도의 모습을 보이는 오지환은 부상으로 6주가량 결장했다. 지난해 OPS 0.747로 LG 유니폼을 입은 후 가장 고전했던 김현수는 올해도 OPS 0.771에 그쳤다. 커리어 OPS 0.871과 차이가 크다. 박해민은 사실상 커리어 로우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타율 0.280 OPS 0.700 이하 시즌을 보낸다. 사실상 박동원만 유의미하게 타석에서 생산성이 향상됐다.

그러면서 타선의 무게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팀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리그 1위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팀 타율 0.281로 3위, 팀 출루율 0.366로 2위인데 팀 장타율은 0.407로 8위다.

타고투저 흐름에서 평균(0.419) 이하의 장타율로는 화끈한 야구를 할 수 없다. 작년에는 1번부터 9번까지 쉴 틈 없는 지뢰밭 타선이었다. 올해는 홍창기 오스틴 딘 문보경 셋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타선이 됐다.

더불어 자존심으로 여겼던 수비까지 평균 이하로 전락했다. DER(인플레이타구 범타 유도율) 0.663으로 SSG와 공동 6위다.

불펜은 바닥을 찍으려 한다. 우려한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는데 LG 불펜은 아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 팀이 올해는 8위(5.23)로 추락했다. 유영찬과 김진성 외에는 필승조가 없다. 함덕주와 이종준이 얼마 남지 않은 경기에서 철벽투를 펼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 불펜 운영도 적신호다.

올해 페넌트레이스의 주인공은 KIA로 확정됐다. LG는 연속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3위 사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경기를 치를수록 고전한다. 후반기 23승 26패로 7위. 8월(11승 13패)에 이어 9월(4승 7패)에도 승패 마진 적자다.

지난해 우승 공식이 올해도 유효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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