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의도=정다워 기자]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에게는 어느 때보다 긴 하루였다.

정 회장을 비롯해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 관계자는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나온 잡음, 정 회장의 4선 도전 등 여러 이슈에 관해 문체위 위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15명의 여야 위원이 거의 일치한 태도로 축구협회와 정 회장, 홍 감독을 향해 날선 모습을 보였다. 함께 자리한 문체부, 대한체육회 관계자보다는 축구협회와 정 회장을 향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여론 흐름상 이해할 만했다. 축구협회와 정 회장, 그리고 홍 감독은 대중의 큰 지탄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는 연일 졸속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무능력한 리더십으로 인해 최근 내부 조직인 노조의 재선 반대 움직임에 직면했다. 홍 감독 선임 과정도 투명하지 못해 A매치 도중 야유를 받기도 했다. 시즌 도중 팀을 떠난 홍 감독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을 가장 곤란하게 만든 내용은 이임생 기술이사 ‘뇌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한 후 이 이사가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감독 선임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강 의원은 “기술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는 게 정관 위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 이사를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세우지 않은 채 역할을 맡겼으니 정 회장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이 이사가 주도한 11차 회의의 정당성도 문제 내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 양문석 의원은 “위원회 참석 인원이 7명 이하인데 회의가 이뤄졌다”라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도 “5명이 참석했다. 규정에 맞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관례상 선임 후 절차를 밟으려 했고 역할을 일임했다”라면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 회장은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다. 오해다”라고 말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 이사의 면접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이사는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을 만날 땐 축구협회 관계자와 동행했지만 홍 감독은 홀로 만났다. 이 상황에 관해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황제 면접”이라며 비판했다.

게다가 이 이사는 홍 감독 선임 발표 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5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지만, 박주호 당시 위원은 “통보에 가까웠다”라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이 이사에 관한 이슈에는 정 회장이 대부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드러난 가장 큰 리스크가 이 이사였다.

정 회장은 4선 도전에 관한 집중적인 질문도 받았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4연임을 하고 싶나”라고 정 회장에게 대놓고 물었다. 이에 정 회장은 “거취 문제에 관해서는 축구 발전을 위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 현명한 선택을 하겠다”라며 “결국 역사가 평가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4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결국 하지 않은 셈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