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개혁은 양보와 이해, 존중이 바탕이 돼야 바른 방향으로 이뤄진다. 구성원끼리 헐뜯고 자기중심적 사고로 일관하면 개혁은커녕, 퇴보한다. ‘한국 축구의 현재’다.

국회까지 간 한국 축구 행정 논란과 관련해 경기인부터 행정가, 다수 관계자 등 구성원이 ‘자기 할 말만’ 늘어놓으며 ‘팀 킬’로 일관한 지 오래다.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현안 질의에서도 마찬가지.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이 보기 드물게 한목소리로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논란 등을 질타했다. 증인 및 참고인 등으로 출석한 축구인 선후배는 자신의 기술 영역을 무시당하면서까지 서로에게 창을 겨눴다.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자기주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간은 ‘감독 선임 위임 동의’를 화두로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A대표팀 사령탑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홍명보 감독을 빠뜨린 것도 그렇다. 홍 감독이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한 것 등이 드러난 게 없는데 일부 경기인, 관계자는 짜놓은 각본처럼 표현했다. KFA 정몽규 회장은 홍 감독을 피해자로 만들면서도 일부 절차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개혁에 도움이 되는 장을 만들겠다고 외쳤으나 자기주장만 강요하는 게 두드러졌다. 강유정 의원처럼 정관 등을 통해 KFA의 문제를 명확하게 짚고 유의미한 개선점을 내놓는 이도 있었으나 대부분 겉도는 질문만 지속했다. 소리를 지르고 증인에게 답변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부른 참고인에겐 넉넉하게 답변 시간을 부여하는 의원도 있었다. 객관적인 진실을 밝히면서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 대한체육회, 대한배드민턴협회 이슈를 묶어 현안 질의를 하는 날이었는데 여러 의원은 KFA 관련 사안만 집중적으로 다뤘다. 인기영합주의적 행태였다. 국내 체육계의 우려를 사며 대립각을 세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반 출석했으나 들러리처럼 보였다.

한 축구인은 “과거 축구계 승부조작 사태가 났을 때보다 더 최악이다. 그때는 명확한 문제가 드러났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보였는데 지금은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면서 싸운다”며 한탄했다.

두 동강이 난 ‘마이너스 사회’를 다잡을 열쇠는 결국 한국 축구 수장인 정 회장이 쥐고 있다. 이날도 즉답을 피한 4선 연임 도전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진심으로 귀를 열고 통렬한 반성과 미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까지 간 축구협회가 개혁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