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페라자도 영입 후보에 있었다.”
한 시즌이 끝나면 모든 팀이 외국인 선수 고민과 마주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를 마친 시점에서 KT도 그랬다. 외국인 선수 시장을 바라보며 유지 혹은 교체를 논의했다. 회의 끝에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 외국인 원투 펀치는 유지.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는 교체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시장에 나온 외국인 타자를 살폈다.
영입 후보 리스트에 굵직한 선수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을 함께 한 멜 로하스 주니어(34). 또 다른 한 명은 요나단 페라자(26)였다.
커리어만 보면 로하스가 우위였다. 일단 로하스는 2020년 47홈런을 쏘아 올리며 KBO리그 MVP를 수상한 화려한 경력이 있다. 더불어 로하스는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성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적응 문제가 없다. 2020년 KT가 첫 번째 가을야구 무대에 오를 때 핵심 구실을 했던 로하스다. 로하스도, KT도 서로를 잘 안다.
하지만 페라자의 잠재력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빅리그 경력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성장세가 뚜렷했다. 2023년 페라자는 트리플A에서 121경기 23홈런 85타점 OPS 0.922로 활약했다. 로하스와 같은 스위치 파워 히터. 성장곡선을 이어간다면 KBO리그 정복 확률도 높다.
관건은 수비였다. 외야 수비에 있어 로하스가 페라자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올시즌 중 “페라자도 영입 후보에 있었다. 영상을 보니 타격하는 모습이 좋더라. 고민을 좀 했다”며 “수비까지 보고 결정을 내렸다. 페라자는 예전에 내야수를 했다가 외야수로 전향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외야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 한국에 와서 수비를 어떻게 할지 계산이 안 섰다. 반면 로하스는 우리가 수비를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 향하는 공은 잘 잡아낸다. 수비를 보고 로하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정은 완벽히 적중했다. 로하스는 올시즌 144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29 32홈런 112타점 OPS 0.989로 맹활약했다.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타자임을 증명했다. 팀 운명이 결린 지난 1일 SSG와 145번째 경기에서도 괴력을 발휘했다. 1회 첫 타석 솔로포, 8회 마지막 타석 결승 3점포로 팀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로하스의 활약을 앞세워 KT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결과에 앞선 과정도 좋다. 상황에 맞게 타석에서 임무를 소화한다. 상대 투수가 유인구 위주로 승부하면 선구안을 발휘한다. 출루율 0.421을 기록하며 강한 1번 타자로도 맹활약했다.
이 감독은 “올해 로하스를 보면서 야구가 더 늘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물론 예전에도 잘했지만 올해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면서 야구를 한다. 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타점을 올리고 출루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출루를 한다. 고생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더 좋아졌다”고 웃었다.
로하스는 3년 동안 KT를 떠났지만 구단 직원, 선수들과는 인연을 이어갔다. 2020년 KT의 첫 번째 포스트시즌 또한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로하스는 지난 1일 5위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2020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아웃을 당했던 기억이 난다. 가슴이 쓰린 기억이다. 다시 두산을 만나는 데 돌려주고 싶다”며 “그해가 KT 첫 번째 포스트시즌이었다. 그때는 경험이 부족했다.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못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를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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