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프리에이전트(FA) 선발투수 최대어라 했다. 틀린 평가도 아니다.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을’이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스스로 붙인 모양새. 엄상백(28·KT)과 최원태(27·LG) 얘기다.

엄상백은 정규시즌에서 29경기 156.2이닝, 13승 10패 159삼진,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편이지만, 타고투저 시즌임을 고려하면 최악은 또 아니다. 9월만 보면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0.59를 찍었다.

퀄리티스타트(QS)를 밥 먹듯 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강속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힘이 있다. 4~5선발이라면 최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포스트시즌이다. 2022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에 나섰고, 2023년까지 통산 5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올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 경기 등판했다. 결과는 2패, 평균자책점 9.00이다. 4이닝 4실점-2이닝 3실점(2자책)이다.

중요한 순간 힘을 쓰지 못했다. 와일드카드전에서 사상 첫 ‘업셋’을 달성한 후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갔다. 엄상백이 잘 던졌다면 삼성의 파트너는 KT가 됐을 수도 있다.

최원태도 비슷하다. 정규시즌 24경기 126.2이닝, 9승 7패 103삼진,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아쉽다. 좋을 때와 아닐 때 차이가 제법 있다는 점도 있다.

그래도 LG 선발진에 힘을 보탠 점은 확실하다. 역시나 문제는 가을이다. 2019~2023년 통산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17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로 한 차례 나서 0.1이닝 4실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 불펜으로 한 번 더 나갔는데 1이닝 1실점이다.

올해 절치부심했다.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2.2이닝 3실점(2자책)에 그쳤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다시 선발로 나섰다. 이번에는 3이닝 5실점이다. 두 경기 평균자책점 11.12다.

엄상백과 최원태 모두 시즌 후 FA가 된다. 선발투수 매물이 귀하다. ‘대박’ 기회라 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스스로 자기 가치를 깎아 먹고 말았다.

정규시즌만 쓰기 위해 FA 선발을 데려오는 팀은 없다.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한다. ‘가을에 약하다’는 인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대어라 했는데 묘한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그나마 최원태는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간다면, 혹은 한국시리즈까지 간다면 만회할 기회가 있기는 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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