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매년 두 자릿수 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선발이다. 게다가 젊다. 프리에이전트(FA) 4년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하면, 이 기간 최전성기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FA 최대어로 불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음표가 붙는다. 가치가 높은 것은 맞지만 시장 최고액을 기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FA 대상자로 표본을 좁히면, 젊은 선발보다는 홈런 아이콘 베테랑 내야수가 최고 계약을 체결할 확률이 높다. 다가오는 스토브리그 얘기다.

앞서 언급한 선발 FA는 LG 최원태(27)와 KT 엄상백(28)이다. 둘 다 오래전부터 2025 FA 시장을 주도할 투수로 꼽혔다. 토종 선발이 금값인 KBO리그라 어느 팀이든 최원태나 엄상백을 영입하면 마운드 업그레이드다. 특히 최원태는 만 20세 시즌인 2017년부터 올해까지 8연속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시즌마다 기복은 있었지만 현재 20대 투수 중 이 정도로 꾸준히 이닝을 소화한 선발은 없다.

그런데 최원태와 엄상백 모두 몸값을 한 단계 높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에서 나란히 부진하다. 엄상백은 준플레이오프(준PO) 2경기에서 총합 6이닝 7실점(6자책)으로 올시즌을 마쳤다. 선발 등판한 준PO 2차전과 5차전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다. 큰 무대에서 유독 실투가 많았고 상대 타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최원태도 다르지 않다. 준PO 3차전에서 2.2이닝 3실점(2자책). PO 1차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처음 보는 장면은 아니다. 선발이 아닌 중간 투수로 가을 무대에 오른 2022년 외에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기억이 없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이 11.16에 달하는 최원태다.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총액 기준으로 적게는 60억원, 많게는 80억원 계약이 예상된 엄상백과 최원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모습이라면 그만큼 지갑을 열기 어렵다. 샐러리캡 제도가 경쟁균형세로 명칭을 바꾸면서 상한선이 20% 올라갔지만, 오버 페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두 20대 선발이 동반 부진하면서 최고 계약 주인공은 SSG 최정(37)이 유력하다. FA 계약이 아닌 FA 공시에 앞서 비FA 다년계약으로 빠르게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SSG는 지난달 처음으로 최정 측과 협상테이블을 열었다. 지난 1일 5위 결정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후에는 SSG와 최정측이 구체적인 금액도 주고받았다. SSG 김재현 단장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 최정을 붙잡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유일하게 계약 규모 100억원대에 닿을 수 있는 선수가 개장에 앞서 빠질 수 있다.

최정 엄상백 최원태 셋이 전부는 아니다. KT 유격수 심우준, 롯데 마무리 김원중, KIA 중간 투수 장현식 등도 핵심 FA로 꼽힌다. 다만 계약 규모에 있어 최정과는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개장까지 3주가량 남았는데 최정 외에는 안개 정국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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