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평소 루틴대로 잤더니 잠이 잘 오더라. 컨디션도 좋았다.”

한국 야구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사령탑이 “우리나라 최고 선수”라고 극찬을 주저하지 않는다. KBO리그 MVP를 예약해 놓은 김도영(21·KIA) 얘기다. 김도영은 정규시즌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를 찍으며 펄펄 날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비결은 ‘꿀잠’이다. 잠이 보약이 됐다.

KIA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KS) 1차전 서스펜디드게임(일시정지 경기)과 이어진 2차전에서 각각 5-1, 8-3으로 이겼다. 하루에 ‘2승’을 챙겼다. KS 우승 확률이 90%로 올라갔다. 2017년 이후 7년 만의 ‘통합 우승’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도영이 제 역할을 했다. 사실 김도영은 생애 첫 KS에서 실력 발휘를 못했다. 21일 열린 삼성과 1차전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 내야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40-40’ 클럽 입성을 바라봤던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기대 만큼 첫 KS 무대를 즐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잠’이었다. 그는 1차전 전날인 20일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에 3시간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스스로도 “살면서 처음 겪은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다. 6회초 내린 비로 경기는 중단됐고 결국 연기됐다. 23일 재개된 1차전에서 김도영은 살아났다. 3-1로 앞선 7회말 2사 2루에서 달아나는 타점을 안긴 후 KS 첫 도루까지 적었다. KIA가 이겼다.

1차전 승리 후 이어진 2차전. 1회말 무사 2·3루에 타석에 선 김도영은 2루 땅볼을 쳤지만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첫 타점을 안겼다. 시원한 적시타는 아니지만 귀한 선취점을 올렸다. KIA 공격의 출발점이다. 최형우 김선빈 이우성이 적시타를 잇달아 때리며 1회에만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2회말 김도영은 KS 첫 대포까지 쏘아올렸다. 정규시즌 38홈런 ‘거포’ 본능이 깨어났다. KIA가 결국 2차전까지 따냈다. 김도영은 맹활약 원동력으로 ‘잠’을 꼽았다.

2차전 승리 후 김도영은 “20일에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 잠을 설쳤다”며 “(우천 취소된 날과 경기 전날에는) 평소 자는 시간에 잤다. 잠이 잘 오더라. 컨디션도 괜찮았고 덕분에 잘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날에는 그런 느낌을 받진 못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한 것 같다. 반응이 느렸다”며 “그 생각을 하면서 타석에 임했다. 그게 경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루틴을 신중히 지켰고, 디테일하게 챙겼다”고 부연했다.

김도영 최고 루틴은 ‘잠’이다. 평소 자는 시간에 자야 잠도 잘 온다고 했다. 이제 대구로 향했다. 꿀잠을 자야 ‘美친 존재감’이 또 나올 수 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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