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 기자] “뛰지 못해 미안하다.”

삼성 ‘캡틴’ 구자욱(31)의 애끓는 마음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마음대로 안 된다. 아픈데 도리가 없다. 더그아웃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자 한다. 사자군단을 깨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껏 기세가 올랐다. 그러나 광주에서 열린 1~2차전 모두 패했다. 비에 가로막힌 모양새. 허탈함을 안고 대구로 왔다. 구자욱이 선수들에게 따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지찬은 “자욱이 형이 항상 경기 전에도 그렇고, 팀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말을 해준다. 2차전 끝나고 밤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단체방이 아니라 개인톡으로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형이 ‘내가 뛰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누구보다 형이 뛰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겠나. 당사자가 아니기에 형 심정을 100% 공감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 마음이 느껴졌다. ‘나가서 파이팅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형이 개인톡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김)현준이도 받았다고 하더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형이 정말 올시즌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했다. 정말 고맙다. 힘이 많이 됐다”고 강조했다.

구자욱은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 과정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인대 손상이다. 치료를 위해 일본까지 다녀왔다. 통증은 잡혔다.

그러나 100% 상태가 아니다. 플레이오프는 더 뛰지 못했고, 한국시리즈도 아직 출전이 없다. 헬멧을 쓰고, 배트를 잡는 등 나름대로 준비는 하는 상태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을 쓰기는 써야 하는데, 상황이 되지 않는다. 매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같이 뛰고 싶은데 어렵다. 그사이 팀이 2패를 당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친다. 스트라이크 하나, 안타 하나, 홈런 하나에 거의 울부짖는 수준으로 파이팅을 넣고 있다.

그 마음이 통했을까. 삼성은 25일 3차전에서 4-2로 이겼다. 반격 성공이다. 김지찬도 이번 가을야구 처음으로 멀티히트 경기를 치렀다.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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