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한 경기 잡아줄 선발이 안 보인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기둥까지 뽑혔다. 불펜 비중을 크게 두는 변칙 운영을 하거나 새로 선발을 수급해야 한다. 올시즌 토종 평균자책점 2위 선발에 이어 1위 선발까지 이탈한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이다.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1선발로 활약 중인 삼성 원태인(24)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원태인은 지난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 등판 후 어깨에 이상이 확인됐다.

삼성 구단은 “원태인 선수가 MRI 촬영 결과 우측 어깨 관절 와순 손상이 관찰됐다. 약간의 출혈과 붓기가 있는 상태다. 어깨 회전근 힘줄염을 동반함에 따라 4~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재활 기간이 4~6주로 나온 만큼 KS는 물론, 프리미어12 출장도 불가능하다.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원태인은 부상이 없었다면 KS 후 태극마크를 달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누적된 피로가 폭탄처럼 터졌다. 원태인은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모두 소화했다. 지난 3월에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샌디에이고와 평가전에 임한 바 있다. 그리고 정규시즌 국내 투수 중 5번째로 많은 159.2이닝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173.2이닝. 다행히 휴식과 재활로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지만 쉴 틈 없이 달려온 후유증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팔꿈치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LG 왼손 선발 손주영에 이어 원태인까지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에서 원태인이 3.66, 손주영이 3.79로 각각 이 부문 6위와 8위. 국내 1, 2위에 올랐는데 이들의 다음 등판은 2025시즌이 됐다.

선발 2명 이탈로 선발진 변화가 불가피한 대표팀이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훈련 첫날이었던 지난 25일 “한 경기를 잡아줄 선발이 안 보인다”며 “결국 어느 팀에 누가 선발 등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지 봐야 한다. 상대 팀 타자들의 스윙 궤적을 분석하면서 선발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양성을 모토로 선발진을 구성할 방침인데 오른손과 왼손 주축 선발이 빠지면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선발 자원은 오른손에 곽빈, 사이드암에 고영표와 엄상백, 왼손에 최승용 4명이다. 4인 로테이션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는 있으나 이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불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 대표팀을 구성하는 KBO 전력강화위원회 또한 NC 김시훈과 상무 이강준, 조민석 투수 3명을 추가로 대표팀에 선발했다. 이들 셋과 기존 대표팀 중간투수 12명의 컨디션을 체크해 불펜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마운드를 운영할 확률이 높다.

류 감독은 “상대적으로 불펜은 선발보다 상황이 낫다. 중간 투수를 무리 없이 잘 활용하기 위해 날짜를 지정해 투입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며 “오늘 등판한 중간 투수는 내일 쉬고, 오늘 쉰 투수가 내일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물론 선발 투수를 충원하는 방법도 있다. KBO 관계자는 27일 “프리미어12 대회에 앞서 28명 최종 엔트리만 제출하면 된다.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 전까지는 얼마든지 선수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대만 출국 전인 11월6일 혹은 7일에 최종 엔트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8일 대만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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