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두 앙숙이 붙었다. 전라도와 경상도. 1990년대를 상상하면 불타는 구단 버스를 연상케 한다. 여전히 정치적으로도 으르렁대는 두 지역이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는 야구에서 붙었으니 겁부터 날 법하다. 타 구단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승패를 떠나 말 그대로 ‘가을 야구’를 즐겼다. 과거 욕설이 난무하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후에도 충돌은 없었다. 서로의 화려한 응원전을 보며 감탄하고 환호했다.

어느 때보다 품격 있는 KIA와 삼성의 우정은 야구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26일 인스타그램 ‘기아타이거호프’에는 KIA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삼성 응원가 ‘엘도라도’를 부르는 영상이 게재됐다.

‘기아타이거호프’는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KIA 팬 특화 음식점이다. 이곳에 용감한 삼성팬 한 명이 등장한 것.

게시물이 올라 온 날은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던 날이다. KIA가 이미 2연승을 가져간 상황이지만, 삼성이 이날 4대2로 승리하면서 추격을 시작한 경기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봤더니, 홀로 응원전에 나선 삼성팬을 위해 떼창(떼를 지어 노래)을 한 것이다. 응원가가 끝난 후엔 서로 하이파이브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경쟁 앞에서도 따뜻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정신을 일깨워주는 순간이다.

‘기아타이거호프’ 운영자는 “홀로 계신 삼성팬을 위한 기아팬의 엘도라도 떼창. 마음 따뜻한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며 “오늘의 하이라이트. 신나면 되는 거죠”라고 전했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