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지난 22일 오후 5시가 넘은 강남의 한 커피숍 입구. 정은채를 알아본 팬들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인과 사진을 요청했다. 어딘가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건 아닌 모습.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 대학생이었다. 김태리 덕분에 tvN ‘정년이’를 보다 문옥경(정은채 분)에 더 심취했다고 했다.

경희대학교에 다니는 21살 대학생 장쯔위엔은 “친구가 ‘정년이’를 소개시켜줘서 봤다. 김태리를 좋아했는데, 정은채도 좋아졌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정은채는 ‘정년이’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만큼 문옥경이 매력적이었다. 숏컷으로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에서 오는 중성적인 이미지와 주위 사람들을 온정으로 대하고, 바른 말과 행동으로 일관하며,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뿐 아니라 위기 때 강한 액션으로 모두를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도 있다. 욕심 없이 매란국극단을 떠나는 용단도 있다.

정은채는 “문옥경은 한 분야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캐릭터다. 계속 새로운 시도에 갈망이 있고 안주하지 않는 면모가 있다. 그 욕망을 저버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저도 닮고 싶었다. 저 역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인생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예상 못한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연기력에 대해서도 여러 평가가 있었다. 타인의 수군거림은 무시한 채 정진했다. 크고 작은 작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쿠팡플레이 ‘안나’부턴 수준 높은 연기를 펼친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정년이’로서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번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봐서 느끼는 지점들이 있어요. 많은 용기와 희망을 줬어요. 언제 또 무너지고, 연기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거예요. 하지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다시 용기를 내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옥경은 곧 숙제가 된다. 배우의 숙명이다. 이토록 크게 성공한 캐릭터를 넘어야 한다. 팬들의 사랑과 용기가 부담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일단은 조금은 누리고 싶어요. 하하. 부담이 없다고 할 순 없겠죠. 전 새 작품을 만나면 바로 환기가 돼요. 옛 감성에 크게 머무르지 않아요. 문옥경을 즐겁게 누리고 있다가, 다음 작품에 투입되면서 바로 벗어던질 것 같아요. 올해는 정말 뜻깊은 한 해예요. 아직 계획은 없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나 봬요. 그때까지 모두 화이팅 해요.”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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