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몇 번이고 생각하고 말했죠.”

어느 곳이나, 어느 조직이나 선배가 있고, 선임이 있고, 형이 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륜’이라는 무기를 얻는다.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생긴다. 여실히 보여준 선수가 있다. KIA 최형우(41)다.

최형우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지금 나라가 많이 힘들다”며 “그래도 야구팬들은 선수들 플레이할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 전체가 혼란한 상황이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국회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190명, 찬성 190명이다.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다. 의결정족수인 재적인원 3분의 2인 200명에 미치지 못했다. 195표에 그쳤다. 여당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12일에는 윤 대통령이 다시 담화를 발표했다.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고,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했다. 내란 비판에 대해서도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나”고 반발했다. 자신이 내린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항변했다.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무려 지상파 TV로 중계되고 있는 공식 석상에서 최형우가 입을 열었다. 용기 있는 행동이다. 큰 울림이 있었다.

시상식 후 만난 최형우는 “내가 이상한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웃은 후 “몇 번이고 생각했다. 많이 절제하고, 다듬었다. 후회할 일은 아니지 않나. 적당한 선에서 얘기했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KIA 연고지는 광주다. 엄혹한 시절을 정면으로 관통한 지역. 피도 흘렸고,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과거부터 전라 지역 국민의 아픔을 달래준 팀이 타이거즈다. ‘명문’이라 한다. 전국구 인기팀이다.

그에 걸맞은 몸가짐,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다. 그러나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프로야구선수도 국민이다. 할 수 있는 얘기는 하는 게 맞다. 그 모습을 최형우가 보여줬다.

2025시즌이 되면 리그 전체 야수 가운데 맏형이 된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노쇠화 징후는 없다. 당장 2024년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됐다. 최형우를 롤모델로 삼아 열심히 땀을 흘리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최형우의 이날 발언이 의미가 있다. 이런 선배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여당도 참석했다. 300명 전원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4표가 나왔다. 가결이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아직 혼란이 완전히 수습된 것이 아니다.

시즌 개막일인 2025년 3월22일이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일 수도 있다. 최형우의 말처럼 팬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최형우는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 내 또래 선수들도 지금 모든 선수가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 마흔이 넘어도 인정 받는 시대다. 그만큼 열심히 한다. 계속 꾸준히 잘했으면 한다. 나도 2025시즌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