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결과적으로는 3순위 후보와 동행한다. 왼손에 독특한 폼이라는 건 기대할 만한 요소다. 그러나 최근 KBO리그 트렌드인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좀 있다. 상수로 놓긴 어렵다는 의미다.

두산이 외국인 투수 한 명을 교체했다. 11월 계약한 토마스 해치와 계약을 해지했다. 대신 왼손 투수인 잭 로그(28)와 총액 80만달러(계약금 10만·연봉 7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고 19일 발표했다.

로그는 왼손 투수다. 183㎝ 84㎏인데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형 왼손이다. 속구와 싱커, 슬라이더에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는다. 속구 최고시속은 147㎞로 알려졌지만, 대체로 시속 145㎞ 내외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신 현란하다. 요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와인드업 때 이동거리가 생각보다 크다. 과장하면, 1루쪽 투수판을 밟고 선 뒤 3루쪽 끝으로 왼발을 옮겨 던진다. 타자로서는 타깃을 정하기 까다롭다. 적어도 와인드업 상황에서는 타자들의 레이더를 교란할 만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투구폼도 독특하다. 장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키킹 이후 자세를 낮춘다. 왼무릎을 구부린다는 의미인데, 이 폭 또한 일반적인 투수보다는 큰 편이다. 여기에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다.

곧게 선 자세에서 30㎝ 이상 이격한 뒤 아래로 쑥 꺼지는 인상이다.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 움직임 폭이 큰데다 팔 높이가 낮아, 역시 타깃을 정하기 까다롭다.

재미있는 건, 복잡한 듯한 투구폼에 디셉션까지 좋다. 또 한 번 과장하면, 투구 동작이 끝난 뒤 공이 출발하는 듯한 착시가 생긴다. 왼팔이 몸 뒤로 살짝 빠졌다 돌아오는데, 팔 회전을 위가 아닌 옆으로 하는데다 아주 살짝 크로스 스탠스로 디딤발이 떨어진다.

올드팬은 구대성 이혜천 등을 떠올리면 어떤 유형인지 유추할 수 있다.

구속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볼 움직임은 나쁘지 않다. 구위보다 타이밍과 움직임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유형이다. 체인지업, 커브뿐만 아니라 세 가지 형태의 슬라이더, 두 가지 형태의 속구를 던진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도 검지와 중지를 살짝 벌린 상태여서 회전이나 테일링을 조절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손가락을 떨어뜨려 쥐면, 마지막에 실밥을 채는 타이밍과 지(指)력 배분에 따라 회전이 달라진다. 투구 궤적이 바뀐다는 의미다.

같은 팔스윙으로 투심 패스트볼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 의미로 싱킹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체인지업은 속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 스윙이어서 피칭 터널이 꽤 길다. 이 터널 안에 슬라이더(슬러브, 커터)도 들어있다. ‘팔색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남은 건 성격이다. 일반적으로 기교파 왼손 외국인 투수는 까칠한 성격인 경우가 많았다. 마운드 위에서 포커페이스를 얼마나 유지하느냐로 성패를 가를 수도 있다.

실제로 중압감이 큰 빅리그에서는 세 시즌 동안 19경기에 출전했는데, 70이닝을 던져 3승8패 평균자책점(ERA) 7.20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트리플A 통산 성적은 21승25패 ERA 5.07인데, 올해는 93.2이닝 동안 5승6패 ERA 2.69로 괜찮았다. 덕분에 LA다저스에서 빅리그 경험도 쌓았다.

두산 관계자는 “해치는 메디컬체크에서 어깨 이상이 발견돼 계약해지했다. 로그 역시 꾸준히 관찰하던 선수로,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유형의 왼손”이라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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