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3선 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정부 관료가 자신에게 불출마를 종용, 회유하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 재임으로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체육계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감사, 경찰·검찰 수사를 받는 등 굉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만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자립 ▲학교체육 정상화 ▲신뢰받는 거버넌스 확립 등 핵심 비전을 꺼내면서 국내 체육 변화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국가스포츠위원회 완성이 체육의 변화 마지막 단계”라며 “실현되면 임기 중에도 훌륭한 회장께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업무상 횡령, 배임, 채용비리, 제3자뇌물수수 등에 대해서는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느냐”며 “사필귀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바른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많은 분이 다독거렸다”면서 요목조목 반박했다.

이 회장은 딸의 친구인 A씨가 진천선수촌에 채용되는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훈련생활지도관을 뽑는 과정으로 국가대표 출신 외 경기단체 10년 이상 근무,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 등 (지원 자격) 폭을 넓히라고만 지시했다”며 “절차상 문제 없다”고 말했다. 또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계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한 것, 국가대표 선수에게 보양식을 제공하고 비용을 한 종목단체 B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것도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라며 “문체부에서 승인받은 것이다. 잘못을 지적하려면 승인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러 수사에도) 똑 부러지게 무언가 안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문체부가 내린 직무정지 상황과 더불어 당선 된다고 해도 향후 법적 다툼 여지가 있는 것에 “직무정지는 잘못된 것”이라며 “난 선출직으로 장관이 임명하지 않는다. 직무정지하려면 대의원 총회 결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고위관료가 한 재벌 총수를 차기 체육회장으로 추천하면서 자신에겐 다른 직책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문체부 아닌 정부 한 관료로부터 지난 11월9일 정부 내에 나를 조지는 팀, 체육회를 감시하는 팀, (특정 후보를 정해놓고) 선거를 준비하는 팀으로 세 개 팀이 가동 중이라고 들었다. 내게 ‘회장님 이제 그만두시죠’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헌장이 명시한 정부 개입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행태다.

그러면서 정부 추천 인사를 반대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정부서 얘기한 분은) 재벌로 훌륭한 역량을 지녔지만 체육회는 (회장이)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며 “오히려 역제의했다. 그중 한 명은 2027년 충청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을 맡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었다”고 했다. 당사자가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3선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반 이기흥 연대’를 구축한 다른 후보는 선거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 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합의한 가운데 지난 22일엔 유 전 회장이 빠지고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가세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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