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릉=정다워 기자] 강원FC 새 사령탑으로 첫발을 뗀 정경호(44) 감독은 ‘숲’을 바라본다.

정 감독은 23일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올해까지 수석코치로 일했던 정 감독은 윤정환 전 감독 후임으로 낙점받았다. 전술적 역량과 리더십 등 많은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 감독은 2014년 울산대를 시작으로 무려 10년간 코치로 일했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성남FC, 강원 등을 거치며 지도자로서 내공을 쌓았다. 올해 강원이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감독대행 경험이 있지만 정식 사령탑으로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감독은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느꼈다. 전에는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꼈다. 그땐 경험이 부족했고 철학에 관한 고민도 많았다. 지금까지 겪은 과정, 가진 포트폴리오를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K리그1에서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볼 생각”이라는 각오를 꺼냈다.

정 감독은 역할 변화의 키워드로 ‘숲’을 얘기했다.

정 감독은 “수석코치로 일할 땐 숲속 안의 나뭇가지를 디테일하게 보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숲은 다르다. 밖에서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지만 안에서는 나무마다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라면서 “감독이 된 후에는 밖에서 숲의 모양을 크게 봐야 한다. 더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역할이 되길 바란다. 코치 시절에 하던 것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안팎을 넘나들면서 잘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국내 축구계에서 소문난 전술가다. 새 시즌 어떤 축구를 구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다. 구조적으로 이기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를 하겠다. 유럽 축구를 많이 보는데 이제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좋은 축구를 하는 감독들이 많다. 한 명을 보기보다는 다양한 장점을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 개인에게 의미가 큰 발걸음이다. 정 감독은 강원을 대표하는 축구인이다. 삼척 출신으로 강릉성덕초, 주문진중,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를 졸업했다. 2009년에는 창단 멤버로 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선수, 코치에 이어 감독까지 맡게 됐다.

정 감독은 “강릉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곳이다. 선수,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해줬다. 큰 영광”이라면서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강원에서 처음 감독을 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감독으로서 많은 역량, 커리어를 갖춘 후에, 준비가 잘 된 시점에 맡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잘 모르는 것 같다”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준우승을 달성한 탓에 부담이 따를 법도 하지만 정 감독은 태연하고 의연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정 감독은 “부담은 용기를 통해 이겨내야 한다. 용기를 내 지난해에 살아남았다. 올해에는 준우승도 했다. 큰 용기를 갖고 선수들과 함께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이제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리더십을 통해 팀이 많이 변할 수 있다. 내가 그런 역할을 잘 해내면 강원이 자리를 더 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사령탑으로서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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