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김유열 EBS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AI 혁신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AI 기술을 이용하여 작곡, 음향, CG, 자막, 연출 등,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1인 제작 애니메이션 교육 콘텐츠를 실험했다”며 “전통방식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일반화하기는 이르지만 실험을 지속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25년 AI혁신을 목표로 내걸고 AI를 통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사무자동화, 제작, 인터넷 서비스, AI 디지털 교과서 등 전분야에 AI R&D를 강화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출자, 엔지니어, 경영인, 연구인 등 직종을 불문하고 AI 솔루션을 활용해서 다큐,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1인이 제작하는 실험을 할 것”이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점차 확대할 것이며 전통적 제작방식에도 반면교사를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하는 김유열 사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socool@sportsseoul.com

2025 EBS 신년사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측불허 자체가 위기가 되는 지금, 무거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179분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유족과 관계자 여러분께 EBS를 대표해서 깊은 슬픔과 함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EBS는 힘든 시간을 지내왔습니다. 2017년 일산으로 청사를 이전한 후 발생한 구조적인 재정 위기가 자본잠식단계까지 다다르는 초유의 사태에 우리 모두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언제, 어떻게 벗어나나 저는 절망도 하고 자책도 했습니다. 적자탈출, 흑자 전환을 위한 ‘3개년 경영혁신계획(안)’은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하고 노사 간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원래 경영혁신계획(안) 목표보다 1년 앞당겨 적자의 터널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2022년 256억 원, 2023년 183억 원 적자에서 260억 원 이상의 손익이 개선되어, 지난해 50억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디지털 학교교육본부에서 2023년 보다 140억 원의 손익을 더 창출해냈고 구독 및 유튜브 사업, <위대한 수업>의 대학 사업, 지역 상생 사업 등에서 추가 수익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두가 노력하여 70억 원 이상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출판 분야에서도 전년보다 80억원 이상의 순익을 더 창출한데다, AI, 멘토링, e-BOOK, 구독 및 유튜브 사업 등 전통적인 수익원과 다른 디지털 전환 관련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확대하여 200억원 가까운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이제 EBS는 구조적인 적자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성원 모두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으로 일궈낸,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삭감된 구성원들의 임금도 흑자로 인한 격려금 지급을 통해 삭감 규모 이상으로 대부분 보전될 거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이사회로부터 수입 3,047억원, 비용 3,042억원의 2025년도 흑자 예산안을 승인받았습니다. 2025년에는 임금 및 추가 경상비용 삭감 없이 정상적인 경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BS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그동안 TV 수신료 통합징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해 왔습니다. 지난해 12월 수신료 통합징수와 관련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올 후반기에는 TV 수신료가 통합 징수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면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5년에는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자립 경영 기반 구축’을 비전으로 ‘콘텐츠 혁신’, ‘AI 혁신’, ‘경영혁신’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혁신만이 살길입니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방송은 이미 한계성장을 지나 사양산업의 전조를 보인 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방송광고수익으로 지속적 성장은 둘째 치고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케이블 TV는 가입자가 줄고 있으며 IPTV도 한계성장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근본적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은 이제 재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부터 제작, 유통 전과정에 혁신이 필요합니다. 하이엔드 장비와 시설, 인력 등 고비용 구조의 편성, 제작시스템으로는 시장에서 원가 경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BS는 성공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EBS가 방송으로만 수능 콘텐츠를 송출할 2000년 당시 50분 편당 외주 제작비가 3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2004년 수능 사이트가 출범한 이후 편성, 제작혁신을 거듭해 현재 외주제작은 아니지만 편당 50만원에 제작,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질이 훨씬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00년 당시 연간 불과 500여 편을 방송했으나 지금은 초중고 학습 콘텐츠를 연간 20,000여 편이나 제작, 방송 또는 인터넷에 서비스합니다. 과거 방식으로 현재 필요한 20,000편을 제작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을 것입니다. 이제 콘텐츠의 품질을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획기적으로 원가를 혁신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재무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과 AI 시대는 방송의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전통적 편성, 제작시스템을 혁신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시대 전통적 시스템은 여러 전문인력이 동시에 제작하는 협업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AI 기술을 이용하여 작곡, 음향, CG, 자막, 연출 등,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1인 제작 애니메이션 교육 콘텐츠를 실험했습니다. 전통방식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가능했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이르지만 실험을 지속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5년 AI혁신을 목표로 내걸고 AI를 통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무자동화, 제작, 인터넷 서비스, AI 디지털 교과서 등 전분야에 AI R&D를 강화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을 확대할 것입니다. 연출자, 엔지니어, 경영인, 연구인 등 직종을 불문하고 AI 솔루션을 활용해서 다큐,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1인이 제작하는 실험을 할 것입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점차 확대할 것이며 전통적 제작방식에도 반면교사를 삼을 것입니다.

이미 EBS에서 디지털과 AI 혁신은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흑자경영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구독 수익은 매년 30% 이상 고도성장을 하고 있고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학교교육본부의 AI, 멘토링, e-BOOK 등 관련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과 AI가 EBS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과 AI 시대에 살아남아야 진정으로 EBS의 지속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경영혁신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미 마른 수건을 더 짜는 방식으로 경영혁신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였습니다. 삭감이나 절감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은데 조직갈등만 심화시키는 임금삭감방식을 철회하게 된 것입니다. 인력구조조정이 아닌 내부 구조개혁만 잘 해도 비효율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과 AI 시대에는 인력채용, 제작방식, 서비스 및 유통방식의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고객의 필요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AI 혁신, 경영혁신의 최종 목적은 콘텐츠 혁신입니다. 공영교육방송은 수익만을 쫓는 사기업이 아닙니다. 시청자와 고객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EBS를 만납니다. 우리는 가장 교육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가장 흥미 있게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의 대혁신과 대실험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EBS에 수신료를 더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시청자와 고객의 마음을 얻기에 너무도 부족합니다. 더 주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해야 합니다. 혁신과 실험은 그들을 감동시키는 가장 효과적 방법입니다. 정답을 찾을 때까지 끝까지 지치지 말고 탐험하고 실험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변화무쌍한 광속의 시대에 누구도 그들의 마음을 예측하고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교육 다큐멘터리에서 어린이 IP, 교재와 서비스 방식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도모할 것입니다.

우리는 실패를 너무나 두려워합니다. 실험하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우주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과학적 예측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하고 때로는 미친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에 능통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시장조사의 산물이 아니듯 수많은 혁신제품은 무모한 도전과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관행이란 안락의자에서 일어서야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죄를 짓는 것입니다. <시베리아 호랑이>, <한반도의 공룡>, <다큐 프라임>, <세계테마기행>, <위대한 수업>도 처음에는 무모한 실험이었고 도전이었습니다. EBS가 2020년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300만명의 학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한 달 이내에 만든다고 할 때 누구나 미쳤다고 했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올해에도 디지털 학교교육본부를 중심으로 EBS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파나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 교육 프로젝트에 도전합니다. <공공학습센터>란 아이디어를 관계당국에 제안하고 현실화시키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몇몇 곳에서 이미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기획부, 교과콘텐츠부, 공간디자인부 등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짧은 기간에 처음으로 교육혁신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우리가 집요하게 탐험하고 실험하고 혁신한다면 EBS의 미래는 결코 절망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산업이 사양화 되어도 EBS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EBS가 단지 Educational Broadcasting System인 아닌 EMS(Educational Media System)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위기 시대, 디지털과 AI 시대에 주눅들지 말고 국민들이 경험하지 못한, 기대하지 못한 가장 공익적인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라고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거대한 꿈을 기획합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지난해의 질곡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나갑시다. 경영 정상화와 흑자경영을 바탕으로 노사 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데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상생발전을 위해 열린 자세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노사 상생협의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임단협 전이라도 구성원들의 복지향상, 사기진작, 동기부여 등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겠습니다. 신바람나는 조직문화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25년 새해를 맞아 EBS 가족 여러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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