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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임기를 1년 반 앞두고 탄핵 위기에 처했다. 김 회장 집행부가 한의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정책 마련에 실패한 데다 협회 자금 회계상 비리까지 적발돼 회원들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6월 건강보험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으로 투자법 침술과 침전기자극술 수가가 내려가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열린 한의협 2차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전회원 투표가 아닌 대의원 투표만으로 회장을 탄핵할 수 있는 정관개정을 추진, 통과시켰다. 기존 협회 정관은 전회원 투표를 거쳐 의결 정족수를 만족시켜야 탄핵이 가능하도록 돼있었다. 대의원들은 투표를 통해 회장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회장 탄핵 건이 공론화된 것은 지난 6월 중순이다. 김 회장은 당시 건강보험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으로 지난 7월부터 투자법 침술과 침전기자극술 수가가 하락된데 따른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투자침, 전침 등은 한의계 임상 시 빈번하게 사용돼 수가 삭감이 한의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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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에서는 이밖에도 김 회장 취임 직후부터 천연물 신약 처방권,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책임지고 이뤄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실패하자 회장 역량 부족을 책망하며 사퇴를 요구해왔다.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중 각종 비급여 항목 급여화 대책 배제, 노인정액제 개편 누락 등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며 맹비난했다. 지역한의사회에서 ‘김 회장 병원비가 협회비로 사용되고 일반회계에서도 적절치 못한 지출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한의계 각곳에서 즉각 탄핵에 관한 방법을 강구하고 나선 것.
실제 한의계 전반은 김 회장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판단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총동문회가 지난달 말 김필건 회장 사퇴에 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508명의 회원 중 1393(92.37%)명이 찬성, 113명(7.49)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7일 서울·경기·인천 한의사회는 연대성명을 통해 “김필건 집행부는 협회 공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회계비리 관련 내부 감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김 회장은 자신의 거취 관련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명시해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탄핵 선봉에는 홍주의 서울한의사회장이 섰다. 홍 회장은 ‘김필건 협회장 해임추진위원회’와 서울, 인천 등 각 지부 탄핵 비대위를 연합해 현 집행부를 끌어내리고 협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탄핵 실랑이 중 김 회장과 일반 한의사 회원 간 물리적인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일 임시대의원총회 휴식시간에 회원 A씨가 김 회장을 향해 커피를 투척했고, 김 회장은 즉각 A씨 왼뺨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주먹 다짐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극도로 고조됐다. 이후 양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김 회장 집행부는 최근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를 비롯한 의료기기 사용 관련 법안’이 발의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할 경우 의료기관을 개설한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이 안전관리책임자가 되도록 의료법에 명시하고, 한의신의료기술평가를 기존 신의료기술평가와 별개로 신설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및 한의의료기술 개발을 촉진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 등 14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의학이 의료과학기술의 발달에 부응하고 질병 진단의 정확성 및 예방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적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회장 집행부는 “엑스레이 사용 법안 등 중대한 사안이 많이 남아 사퇴보다는 이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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