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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첫 주말인 지난 8월6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정연호 기자tpgod@seoul.co.kr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박정희 정권의 개발주도성장론에 힘입어 1977년 도입된 ‘아파트 선분양제’가 40년만에 대대적인 수술을 앞두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쏟아냈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번에는 아파트 선분양제에 대한 의지를 밝혀,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됐던 후분양제는 건설사와 주택실수요자의 자금부담을 이유로 무산됐다 13년만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부동산 시장은 무르익었다. 전국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 공급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상품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귝토부 하자심의·분쟁조정 위원회에 접수된 하자보수 분쟁신고건수는 지난해 3880건을 돌파, 6년새 56배 폭증했다. 시장은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견본만 보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견본보고 아파트 사는 시대 끝났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부분에서 먼저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계획을 마련해보겠다”며 “민간 부분에 대해서는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높이거나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법 체제에서는 시공사가 대지 소유권 확보,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시공사는 분양을 받은 입주자가 납부한 계약금(주택가격의 20%), 중도금(60%) 등 실제 분양가의 80%에 이르는 자금을 완공 전 미리 받아 공사비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철저히 시공사에게 유리한 자금운용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선분양제가 유지되어 온 건 입주자에게도 여러모로 ‘남는 장사’ 였기 때문이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집단대출을 통해 분할 납부로 내집 마련을 한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분양권 전매로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불황에도 호황에도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며 재산상의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후분양제 성공하려면? 건설사 소비자 금융보완책이 필수

‘묻지마 투자’같던 부동산 시장에 균열이 발생한 건 최근이다. 도를 넘어선 부실시공 분쟁이 불을 붙였고, 강남 재건축 수주경쟁이 건설사로서는 모험인 ‘후분양’을 소환했다.

부영건설과 라인건설 등 대단위 신축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문제가 연거푸 이어지며 정치권에서는 이들 건설사의 공공택지 공급을 막는 법을 발의하는가하면 부실시공 벌점이 많은 건설사는 선분양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사회적으로 후분양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건설사들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후분양제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우선 신용등급 C 미만의 주택공급업체 공급분이 사라져 전체 주택공급 물량의 22.2% 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3년간 평균주택건설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13만4800가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대형건설사로 수요가 쏠리는 반면 중소건설사의 줄도산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건설사와 개인의 부담은 늘어난다.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000가구가 건설된다고 봤을때 후분양제에서는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분양가는 선분양과 비교해 3.0~7.8%로 인상되며, 소비자의 대출이자도 900만~1100만원까지 상승했다.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박원갑 전문위원은 “후분양제는 음과 양이 뚜렷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실시공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독식하게 될 수 있다. 소비자가 단기간에 부동산구입자금을 마련해야하는 문제도 있다. 후분양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건설사의 자금부담과 개인의 자금부담 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금융 보완대책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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