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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황제’ 안현수(33·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인생은 비극으로 끝날 것인가.
2006년 한국 국적으로 3관왕, 2014년 러시아 국적으로 3관왕에 올라 올림픽 쇼트트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안현수가 고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무대를 밟지도 못하고 은퇴할 위기에 처했다. 4년 전 눈물을 쏟아내며 따냈던 메달의 진실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막을 불과 17일 앞두고 날아든 충격적인 뉴스였다. ‘스포르트 익스프레스’ 등 러시아 언론은 23일 안현수가 데니스 아이라페티안과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 등 다른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두 명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올림픽 출전 허용 선수 명단에 빠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스푸트니크’는 2년 전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맥라렌 리포트’에 안현수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IOC는 “개개인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으나 안현수의 평창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사실이 됐다. 러시아빙상연맹은 오는 28일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서 참가를 원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IOC의 도핑테스트를 거쳐 개인 자격으로 한국에 가도록 했다. 러시아 정부가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안현수 역시 지난달 한국체대에서 훈련할 때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15일 끝난 유럽선수권에서 남자 500m와 남자 5000m계주에서 은메달 두 개를 획득,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상승세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금은 평창에 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몰렸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중재신청을 통한 평창행을 노릴 수 있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안현수 측이 승소할 확률도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안현수는 지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여자부 진선유와 함께 한국 스포츠사 처음으로 올림픽 3관왕이 됐다. 그러나 파벌 싸움과 부상 및 수술, 소속팀 해체 등의 시련이 겹치면서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 새 인생을 설계하게 됐다. 그의 결단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2014년 새 조국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에서 1500m 동메달을 획득하더니, 1000m와 500m, 5000m 계주에서 연달아 우승해 8년 만에 3관왕을 재연했다. 뛸 곳이 없어 러시아로 간 그가 대박을 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의 3번째 대관식을 예고했다.
그러나 IOC가 그의 평창행 불허 방침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현수는 순식간에 은퇴 위기에 몰렸다. 그는 지난해 7월18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겠다. (두 돌이 된)딸에게 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는 것보다는 아빠가 어떤 운동 선수였는지를 딸이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이 끝이 아님을 전하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도 현역 생활은 이어갈 수 있으나 IOC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그의 출전을 허락할 지는 불투명하다. 평창행 명단에 빠질 경우, 그의 선수 생활도 기로에 서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소치 올림픽에서 그가 딴 금메달 3개와 동메달 하나의 행방도 묘연하게 됐다. ‘맥라렌 리포트’의 핵심이 바로 소치 올림픽 때 개최국 러시아가 벌인 조직적인 도핑이기 때문이다. 이미 소치 올림픽 때 러시아 선수들이 딴 메달 13개를 회수한 IOC는 도핑 의혹 선수 추가 색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안현수가 자신의 소치 올림픽 메달을 지켜낼 지도 궁금하게 됐다. 그리고리예프 등 소치 올림픽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다른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의혹이 불거진 점도 안현수에게 불리하다. IOC는 계주의 경우, 한 명이 약물을 복용하면 전체 선수들의 메달을 빼앗는다.
반면 안현수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란 의견도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도핑테스트를 했을 경우, 양성과 음성으로 정확하게 가려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양성은 아니지만 의심은 해 볼 수 있는 샘플도 나온다. 안현수가 지금까지 선수 자격정지를 당한 것은 아닌 만큼, 그의 메달이 위험하다고 볼 수준은 아직 아니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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