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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벌써 홈런 100개가 터졌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 한 시즌 홈런 1547개를 바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겨우 40경기가 열렸고 아직 680경기가 남았지만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에 더 많은 홈런이 나온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017시즌의 경우 40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홈런수는 69개에 불과했다.
홈런군단 SK와 꼴찌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KT가 홈런쇼를 주도하고 있다. 양 팀이 기록한 홈런만 39개에 달한다. 홈런 부문 순위표를 보면 SK 최정, 제이미 로맥, 김동엽과 KT 강백호, 멜 로하스 주니어가 홈런 4개로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돌아온 홈런왕 넥센 박병호가 3개, 삼성 다린 러프 등이 3개로 2위권에 자리했다. 홈런왕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던 타자들과 신예거포로 주목받았던 타자들이 시즌 초반부터 무섭게 대포를 쏘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홈런은 관중을 부르고 흥행을 일으킨다. 1990년대 중반 초유의 직장폐쇄로 팬에게 외면 받았던 메이저리그(ML)도 1998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왕 경쟁을 발판 삼아 부활했다. KBO리그 또한 2003년 아시아 홈런왕에 오른 이승엽의 배트에 모두가 주목했다. 당시는 KBO리그의 흥행 암흑기였지만 이승엽이 출전하는 삼성 경기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즌 막바지에는 이승엽의 홈런공을 차지하기 위해 관중들이 잠자리채를 가져오고 외야석부터 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의 홈런숫자가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최근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을 단지 타자의 기량 향상 때문이라고 결론짓기는 힘들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게다가 KBO리그를 정복하고 ML에 진출했던 타자들 대부분이 고배를 마시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금의 타고투저 현상은 과장된 부분이 많다. 한국 타자가 ML에 진출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타율 1할은 빼야 한다. 홈런수도 당연히 급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KBO리그와 ML의 수준차도 고려해야 한다. KBO리그에서 50홈런 타율 0.350을 기록했다고 ML에서 똑같은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KBO리그와 ML의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것이다. 몸쪽은 KBO리그보다 ML 스트라이크존이 좁고 바깥쪽과 상하는 ML이 넓다. 지난 2년 동안 빅리그를 경험한 LG 김현수는 “미국에서 몸쪽이 작은 스트라이크존을 보다보니 몸쪽이 깊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확실히 미국은 몸쪽이 좁고 바깥쪽이 넓다. 한국은 반대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몸쪽이 넓다보니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인코스에 로케이션을 집중한다. 올시즌 처음으로 KBO리그를 경험한 LG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한국투수들은 몸쪽 승부 비중이 높다”며 ML 투수와 차이점을 설명했다. 문제는 몸쪽 비중 만큼이나 몸에 맞는 볼에 따른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경기 기간 한화 이성열이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NC 손시헌이 머리에 투구를 맞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이성열과 손시헌을 상대한 넥센 조상우와 한화 김민우 모두 타자 몸쪽에 꽉찬 직구를 구사하려다 의도치 않게 사구를 던지게 됐다. ML가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책정한 이유를 KBO리그도 되새겨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 경기 주심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그래픽화된 자료로 집계하고 심판에게 전달한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심판의 고과책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됐던 스트라이크존 수정에 대한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작아졌다. KBO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슈가 됐던 스트라이크존 수정 작업을 이어가자는 입장”이라면서도 “현장에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좁아졌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스트라이크존에 변화를 주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등 매년 국제대회가 열린다.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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