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SK 켈리, 승리를 향한 일구
SK 선발 켈리가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2018. 5. 15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투수의 어깨는 닳아 없어지는 고무와 같다’는 말이 있다. 투수의 숙명이 투구를 하는 것이지만 던지면 던질수록 결국 어깨의 수명이 다한다는 얘기다. 투수들이 혹사논란에 예민해지는 이유인데 요즘 거의 대부분의 팀들은 투구수와 등판간격을 조절해주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무리한 등판은 없다는게 중론이다. 오히려 투수들이 너무 몸을 사리고 안 던져서 제구력 등 실력향상이 더뎌진다는 주장도 있다. 실전피칭과 훈련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데 과연 어떤 게 정답일까?

14일까지 올시즌 202경기에서 4구 갯수는 127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200경기에서 1187개, 205경기에서 1214개의 4구가 기록됐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넓어졌지 좁아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자들의 강점을 논하기 이전에 투수들의 평균적인 제구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포토] 3승 사냥 나선 장원준
2018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2018. 5. 2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에 대해 LG 김현욱 트레이닝코치는 “요즘 투수들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안 던진다. 실전에서 너무 많이 던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는 팀은 이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예전과 달리 불펜투수들도 몸을 풀때 투구수를 최소화하고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투구수 조절이 훈련단계부터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훈련할 때는 어깨가 충분히 단련되고 투구 감각이 완벽하게 손에 익을 때까지 던져야한다고 보는데 이 단계부터 몸을 사리니 실력이 안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야구에서 선발투수들의 투구수는 100개 내외가 대부분이고 110개를 넘기는 경우도 많지 않다. 중간투수들의 경우 3연투는 금기시되고, 연투를 할 경우에도 한 경기 30개 이내일 때로 국한하는게 보통이다. 팀마다 각론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을지라도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불펜투수들의 경우 실전 등판 이전에 몸을 푸는 단계부터 진을 빼는 경우도 있는데 요즘 젊은 투수들은 영리해서 무턱대고 많이 던지는 투수는 별로 없다고 한다.

김현욱 코치는 1997년 쌍방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 20승을 올려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 코치는 “예전 내가 등판하는 모습을 보고 혹사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관리를 했더라면 더 오래 야구를 할 수도 있었겠지마 많이 던지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투수가 됐을지 의문이다”라고 회고하며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은가. 혹사를 얘기하기 전에 훈련 단계에서는 많은 공을 던지며 훈련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 이강철 수석 겸 투수코치는 “요즘 투수들이 훈련 단계에서 예전에 비해 많이 안 던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현역시절에는 스프링캠프에서 투구갯수를 130개 정도까지는 끌어올려 놔야 정규시즌에 돌입해서 100개 이상씩을 던지는데 불안감이 없었다. 불펜투수들 역시 많은 공을 던져놔야 실전에서도 안정된 투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실전에서는 분명히 등판횟수 및 투구갯수를 조절해줘야하는데 훈련에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이 진행되는데 실력이 좀 떨어지는 어린 선수들은 투구감각을 익힐 때까지는 어느 정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 손혁 투수코치는 기량향상을 위해 어느 정도 던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국 개인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무조건 많이 던진다고 제구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손 코치는 “투수들은 공을 던지는 느낌이 있는데 그 감각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많이 던지는 것 만큼 얼마나 제대로 던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과연 투수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내구성도 기를 수 있는 적정 투구수와 훈련량은 어느 정도일까? 정답을 찾기 위한 고민과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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