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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첫사랑에게 청첩장을 주는 일은 온 우주가 방해할 정도로 안되는 일인가보다.”
배우 박보영이 특유의 상큼한 매력으로 첫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영화에 나섰다. 22일 개봉한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에서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가 전학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우연이(김영광 분)의 첫사랑이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개봉 첫날 관객 9만명을 모으며 첫사랑 영화의 대명사가 된 ‘건축학개론’의 오프닝스코어를 제친 것은 물론 이번 여름 시장 빅3로 꼽힌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목격자’로 이어온 박스오피스 레이스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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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는 승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박보영은 “우연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니까 승희의 변화 등에 대해 조금 더 친절하게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건 제 욕심인 것 같다”며 이 영화가 남성의 관점에서 본 첫사랑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또, “시나리오에 나온 것보다 우연이가 좀더 멋있고 순수하게 잘그려진 것 같아서 (김)영광 오빠에게 고맙다. 시나리오에 나온 우연이는 찌질한 느낌도 있고, 자칫 집착으로 보여질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순수하게 잘 그려졌다”며 상대역이 된 김영광의 매력과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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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목이 암시하듯 우연이 ‘너(승희)의 결혼식’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과연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떤 엔딩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박보영은 “나는 이 엔딩이 마음에 든다”고 웃으면서도 “그런데 제가 청첩장을 우연에게 주러 가는날을 촬영할 때 NG가 너무 많이 났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머리가 너무 흩날리고, 촬영이 정말 어려웠다. 소리도 벌레도 너무 울고, 종도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제가 일기장에 그렇게 썼다. ‘첫사랑에게 청첩장을 주는 건 온 우주가 방해할 정도로 안되는 일이구나.’ 감독님에게도 ‘이건 다 말리는 일인가봐요. 말을 하면 안되나봐요’ 했다”고 했다.
첫사랑 영화다보니 누구나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데, 박보영도 그랬다. 그런데 박보영은 “제가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느꼈는데, 내가 첫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건 첫사랑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엄청난 성장의 계기가 된다거나 내 감정의 폭을 많이 느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첫사랑이라고 느낀건 굉장히 시시하더라. 헤어지고 난 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도 없었다. 주위 사람들과 말해봐도 첫사랑이라고 하면 표정이 다 아련해지고 그런게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냥 보통의 연애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특히 남자들에게 첫사랑이 아프고 아련한게 아닌가 싶은데, 이 영화를 한 뒤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누군가의 첫사랑일 수 있고 마음이 아플 수 있는 사랑이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했다. 뒤이어 “첫사랑 영화가 대게 남자의 시선의 영화만 나오는데, 그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여자들은 대개 지금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야 하며 옛사랑에 미련이 별로 없다면 남자들은 그녀와 예뻤던 사랑이 잘 안된 건 그녀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 현장에서도 승희의 입장에서, 혹은 박보영의 입장에서는 공감이 잘 안되는 남자들의 시선이 있었지만, 남자들이 절대다수인 촬영 현장에서 박보영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고 지지 받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보영은 “영화 현장에서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는 이래’ 하는게 너무 많았다. 남자 스태프들은 모두 헤어질때 여자들이 다들 매몰찼단다. 그래서 촬영할 때 내가 너무 외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이 이 영화에 더 공감할 것 같다. 우연의 시선으로 보여지니까”라며 “승희의 모습이 저렇게까지 차가울 수밖에 없는 건 제 마음 속에 있으니까 다 알겠는데 영화에 다 보여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캐릭터를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했던 적이 없었다. 걱정도 좀 된다”고 했다.
박보영은 “승희가 나쁜 여자로 기억되지 않고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내가 끝까지 승희를 지키리라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여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첫사랑 이야기도 좀 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는 이래요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승희의 시선에서 보는 영화도 나오면 좋겠다. 승희가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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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걱정하고는 있지만, 사실 박보영만큼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은 여배우도 많지 않아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야기에 박보영은 “제가 고쳐야할 병이긴 한데, 좋은 말을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안 좋은 말은 진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오면 저 사람이 제 앞에 있어서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뭔가 부족하다고 얘기해주면 거기에 꽂혀서 조심해야지 했다. 그런데 그런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에게 안 좋고,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 고치려고 한다”고 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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