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타 김태균, 베테랑의 힘 [포토]
한화 김태균이 22일 고척돔에서 열린 준PO 3차전 3-3으로 맞선 9회 타석에서 역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고척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정준 객원기자] 한화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을 3차전처럼 풀었더라면 어땠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코너에)몰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경기였다. 무엇보다 제라드 호잉과 김태균이 살아나 시리즈 향방을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1, 2차전을 안방에서 내준 한화는 이날 단기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볼배합으로 변화를 줬다. 장타를 경계하면서 안전하게 경기를 풀 수 있는 바깥쪽 중심의 볼배합이 1, 2차전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었다. 큰 것 한 방이 흐름을 바꾸는 단기전 특성을 고려하면 장타 위험이 있는 몸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활용해야 한다. 1, 2차전에서 과감한 몸쪽 공략으로 대응하다 넥센에 덜미를 잡힌 학습효과가 3차전에서 발휘된 듯 하다.

전체 운용을 보면 자칫 마무리 투수 정우람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도 나왔다. 5회초 무사 2루에서 최재훈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지 않은 것은 5회, 6회에는 한 점 정도 줘도 회복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2-0에서 3-0이 되면 한 점 내줘도 투수들이 여유를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3-0이 됐더라면 장민재가 조금 더 오래 마운드 위에서 버틸 수 있었다. 5회초 공격이 무득점으로 끝나 한화 배터리가 긴장의 끈을 더욱 꽉 조이는, 한 점도 주지 않는 투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반으로 갈수록, 투수들이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가진 상태로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9회초 등판한 이보근[포토]
넥센 불펜 이보근이 22일 넥센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9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특히 2회초 무사 1, 2루에서 김회성이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의 투심패스트볼을 공략해 트리플 플레이를 당했던 것을 떠올렸어야 한다. 투심은 볼 궤적상 우타자가 밀어치기 쉽지 않다. 팀 배팅이 어려운 구종이라 (번트로)보낼 수 있을 때 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5회말 1사 2루에서 서건창이 장민재가 던진 초구, 2루 포심 패스트볼에 미동조차 하지 않은 점도 놓쳤다. 포크볼에 노림수를 두고 있는데 포크볼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한화 배터리가 심리적으로 몰렸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넥센 배터리가 작은 부분을 간과해 결승타를 내줬다. 김태균은 타석에서 자신이 없을수록 초구부터 배트를 돌린다. 선구안이 좋은 김태균은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1스트라이크를 먼저 당해도 볼넷을 골라나갈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 아까워서 초구를 치지 않는 성향이다. 이날 김태균은 첫 타석부터 초구에 움직임을 보였다. 9회초 1사 1루에서 넥센 이보근이 초구에 깨끗한 승부를 한 것은 이런 김태균의 성향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홈런을 쏘아올린 호잉과 결승타를 때려낸 김태균이 회복세를 탄다면 4차전 향방도 예측하기 어렵다. 준PO 전체가 리셋됐다.

전 한화코치·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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