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사실은 네가 날 좋아해주길 바랐으면서"


배우 이유진(25)이 '연애 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꼽은 대사다. 직접 연기해달라는 부탁에 해사한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과 목소리는 단번에 차분해졌다. 대사를 소화한 후엔 연신 부끄럽다는 반응으로 몸을 배배 꼬았지만.


이는 시즌2 대사로, 이유진이 연기한 한재인이 비로소 강윤(박정우 분)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 등장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이유진은 "한재인이 그동안 강윤이 자신에게 했던 다정한 행동들을 떠올리고 하는 말이다. 강윤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한재인이 강윤에게 고백하기 전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이라고 설명하며 인상 깊었음을 내비쳤다.


잠시 '연플리' 이야기를 내려놓고 그가 왜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건지, 이유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유진은 중학생 시절 연기자들이 천의 얼굴로 변신하는 걸 보고, 문득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잠시 사춘기 중학생의 장래희망 목록에 비친 뜬구름이 아니었다. 스튜어디스, 심리상담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이 꿈 많은 소녀의 뇌리를 스쳐갔지만 배우만큼은 견고했다고.


더욱 불을 지피게 한 두 명의 롤모델 배우도 있었다. 이유진은 "전지현, 서현진 선배님은 망가지는 역할이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도 매력적으로 하신다. 본받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 마음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까지 이어졌고 부모님께 마음을 꽁꽁 숨겼던 그는, 진로를 위해 가족들 앞에서 배우의 꿈을 공표했다. 하지만 초반 부모님의 반응은 느낌표보단 물음표였다.


"제가 밖에선 친구들과 밝게 놀았지만, 집에선 조용한 편이었다. 다른 모습을 모르셔서인지 제 꿈에 의문을 가지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는 부모님도 차츰 응원의 반응을 보냈다. "어머니는 학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연기나 노래, 특기 등 배운 걸 보여달라고 하셨다. 이렇게 체크하는 걸 1년 내내 해주셨다. 나중엔 어머니의 관점이 거의 선생님과 똑같아졌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이젠 회사에서도 딸 자랑을 하는 자타 공인 '딸 바보'가 됐다.


지난 3월 공개된 '온더캠퍼스'는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웹드라마로, 이유진은 작가를 꿈꾸는 은호로 분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춤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대학생. 이유진은 실제 상황에 대입했을 때 선택지에 대해 "일단 더 잘하는 춤에 먼저 도전하고,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후 작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춤을 추돼 스트레스를 글쓰기로 풀어도 될 것 같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은호는 스트레스를 풀 때 혼자 춤을 추는가 하면, 극 말미 가수를 꿈꾸는 희열(홍석 분)과 댄스 오디션에 도전한다. 댄스신에 대해 이유진은 "저는 춤을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제가 춤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작품이 잘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이 컸다. 춤 수업이 2시간이었는데, 도저히 그 시간만 연습하고 귀가할 수 없었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3~4시간씩 연습했다"라고 털어놨다.


'온더캠퍼스'는 이유진과 홍석이 주역이었지만 스토리 상 두 사람의 호흡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이유진과 홍석이 댄스 파트너가 되도록,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자로 나선 이슬(이하영 분)과 홍석의 대화 장면이 더욱 많았다. 이유진은 "이 정도면 희열과 이슬의 러브라인이 이뤄져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며 웃어 보였다.


'연플리' 시즌4는 오는 6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한재인과 러브라인을 그렸던 강윤(박정우 분)의 재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상황. 이유진은 "한재인과 강윤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또 '연플리' 멤버들의 졸업을 앞둔 모습이 그려진다. 한재인은 시각디자인과라 졸업 작품과 취업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현실 대학생의 상황을 보여드릴 것 같다. 두 가지가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이유진에게 배우로서 갖는 바람을 물었다. 그는 "현재는 '연플리' 촬영을 잘 끝내는 게 우선이다. 그 다음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싶다. 재인과 비슷한 캐릭터도 좋지만, 새로운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사랑스럽거나 밝은 느낌, 생각지도 못한 악역도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플레이리스트 공식 SNS, 비피엠스튜디오

영상ㅣ조윤형기자 yoonz@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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