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회장 선임 절차 돌입, 연말경 윤곽 드러날 듯
내부 후보 2% 부족한 원톱 경험 극복 여부 관건〔스포츠 서울 채명석·김민규 기자〕포스코와 함께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KT가 다음 달부터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돌입하는 가운데 10년 만에 내부 승진 대표이사 회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통신업계에 따르면,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업무를 맡은 KT 이사회 지배구조위원회는 6월부터 KT 또는 그룹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부사장 직급 이상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KT내 후보는 16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배구조위는 포스코의 CEO 승계카운슬과 유사한 제도로, KT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 회장후보심사위, 이사회, 주총으로 단계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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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위는 16명의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본지가 KT 및 계열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 보고서를 통해 해당 요건에 부합해 명단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사장급 임원들의 프로필을 검색해 본 결과, 각 인물들은 경영기획, 경영기획, 미래기술, 네트워크, 인재관리 등 그룹의 핵심 업무에 대한 지식과 업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프로필에 드러난 이력만을 놓고 본다면 누가 맡더라도 ‘뉴 KT’를 여는 데 있어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이다.다만, 다수의 후보들이 또한 한 분야에서 장점을 내세웠지만 타 분야에서 일궈낸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나아가 회장 리더십을 평가하는 마지막 단계, 즉 ‘원톱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을 입증한 경험이 없었다. 그룹이 KT를 중심으로 파생된 계열사들로 구성된 만큼, CEO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계열사가 없다는 점을 반영하더라도 2% 아쉬운 점이다. 포스코의 경우 일찍이 차기 또는 그 다음을 내다보고 계열사로의 이동을 통해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점과 비교하면, KT는 아직 이런 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위는 인터뷰를 통해 후보군들의 됨됨이와 역량을 분석하고, PT를 통해서는 후보들이 지난 3년간 수행한 업무와 성과, 올해 할 업무 등을 보고받고 종합적인 평가를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회장 후보자들을 추려나가는 한편, 회장 선임 자격과 선임 절차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소 2~3배수로 선발될 것으로 알려진 내부 후보는 지배구조위가 이르면 9월부터는 서치펌(헤드헌팅) 추천, 공모 등을 통해 뽑은 사외 회장 후보자군과 함께 최종 심사에 돌입, 내년 3월 주총을 2~3개월 앞둔 올 12월이나 내년 1월에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번 차기 회장 선임은 KT로서는 외풍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KT는 지난 2008년 남중수 당시 사장의 주도로 그룹으로의 전환과 함께 회장 직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마련했고, 2009년 남 사장이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었으나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좌절된 바 있다. 남 사장의 계획은 이어 취임한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 이석채 사장에 의해 추진됐고, 이 회장은 KT그룹 첫 회장이 됐다. 물론 KT가 과거 체신부 산하 공기업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첫 회장 타이틀을 외부인이 차지했다는 점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 등의 외풍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 회장도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자 KT의 고질적인 악습을 끊겠다며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회장이 입성했지만 분란은 끊이지 않았다.외부인 회장이 주도한 10년의 시간이 마무리 되고 있는 가운데, KT 내부에서는 이번 만큼은 반드시 내부 인사를 회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스코 수장에 취임한 최정우 회장의 사례는 KT 임직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CEO 승계 카운슬이 활동을 하는 가운데 예정대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회장 선임절차에 끊임없는 의구심과 비난을 가했지만 CEO 승계 카운슬은 중심을 잃지 않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인 최 회장 카드를 관철시켰다. KT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재계에서는 KT 회장 선임절차는 외부 후보군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열기를 띌 전망이다. 과거의 사례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두 자리 수의 후보군들이 자신이 적임이라며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견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부 인사 선임을 기대하는 KT 임직원들에게 큰 시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재계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KT그룹 전체 임직원들이 얼마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가가 중요하다. 인물에 따라 편을 가르며 내홍을 자초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물론 KT에 반드시 필요한 최고의 인재라면 외부 인사를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채명석·김민규 기자 oricm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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