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전 지휘하는 NC 이동욱 감독[포토]
NC 이동욱 감독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2019.05.22.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수비 시프트가 대세로 자리잡은 메이저리그(ML)지만 모두가 시프트 찬성론자는 아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탬파베이의 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회말 탬파베이 최지만은 다저스 내야진이 우측으로 이동한 것을 이용해 3루로 굴러가는 번트안타를 만들었다. 그러자 최지만을 상대한 다저스 베테랑 선발투수 리치 힐은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시프트에 불만을 표했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3루 땅볼이 됐을 타구가 시프트로 인해 안타가 된 것에 분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힐의 항의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과감하게 시프트를 지시한다. 최지만처럼 좌타자가 타석에 서면 내야진을 우측으로 옮기고 우타자를 상대로는 내야진이 좌측에 배치된다. 심지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시프트가 전개된다.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지난 26일 피츠버그전에서도 시프트로 인해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저스는 수비 시프트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전술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현재 시프트를 지시하는 지도자들도 과거에는 시프트 반대론자였다. 지난해까지 SK 사령탑을 맡았던 트레이 힐만 마이애미 코치는 “예전에는 시프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SK에 오기 전 휴스턴에서 데이터 야구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힐만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7시즌과 2018시즌 SK는 KBO리그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시프트를 시행했다. KIA 최형우, 두산 김재환 등 거포 좌타자가 타석에 섰을 때 내야진이 우측으로 이동하는 시프트는 이미 KBO리그서도 정착됐지만 SK는 거의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맞춤형 시프트를 가동했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시프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은 NC다. NC는 시프트를 통해 두산전에서 김재환의 안타성 타구를 땅볼처리한 것은 물론 SK 최정을 상대로도 중전안타성 타구를 범타로 만들었다.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타자마다 타구 위치를 분석하고 이를 고스란히 시프트로 적용시킨다. 그런데 신임 이동욱 NC 감독 또한 처음부터 시프트 찬성론자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수비코치를 역임했던 그는 “ML를 꾸준히 보면서 시프트의 필요성을 느꼈다. 탬파베이와 피츠버그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팀들이 시프트로 성공을 거두지 않았나. 이제는 과거 시프트에 반대했던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같은 팀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클린트 허들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허들 감독도 피츠버그를 맡으면서 야구관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데이터의 유용성이 증명된 만큼 당연히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들 감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콜로라도 지휘봉을 잡았고 2011년부터는 피츠버그를 지휘하고 있다.

덧붙여 이 감독은 “시프트 지시는 한규식 수비코치가 전담하고 있다. 한 코치가 타자마다 타구 방향을 체크하고 수비진에 시프트 지시를 내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코치의 시프트 지시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한 코치와 시프트를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물론 다저스의 경우처럼 시프트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전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프트를 비롯해 야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술은 확률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투수의 볼배합, 주자의 도루시도, 그리고 희생번트 지시와 투수 교체까지 모든 게 확률을 고려한 결과다. ML에서 시프트가 빈번해진 이유도 수비 위치에 변화를 주는 게 확률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타자에 맞춰 수시로 수비 위치가 바뀌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힐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투수들과 KBO리그 지도자들도 빈번한 시프트에는 반대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하위타순에 배치된 타자가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대고 경기 후반 포수가 출루하면 대주자로 교체되는 것처럼 시프트 또한 당연한 ‘야구 공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의 발전이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진화를 위한 촉매제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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