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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편알못가이드 사장o군’ 방송 화면.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30일 현재 구독자 3만2002명, 동영상 전체 누적 조회수 442만5846회. 어지간한 언론사 계정 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이 채널의 주인은 GS25 동대문용두점 편의점주 오승민(32)씨다. 채널의 정식 이름은 ‘편알못가이드 사장o군’. 편알못은 ‘편의점 알지도 못하면서’의 줄임말이다. 최근 그가 올린 ‘편의점 사장도 편의점에서 안사는 물건 BEST3’라는 제목의 영상은 25만회 이상 조회되며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이 인기를 끈 이유는, 자주 이용하지만 그만큼 모르는 곳이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씨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오씨는 “편의점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며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꿀알바’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힘들고 진열 등 몸을 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창업도 실제로는 겉보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젊지만 그의 편의점 경력은 누구 못지 않다. 법대 휴학생이었던 2005년, 어머니가 편의점 창업을 하면서 편의점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사회 첫직장 역시 타사 편의점 업체의 영업관리직이었다. 2017년 4월 현재 위치의 편의점을 인수해 창업했다. 하지만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편의점의 생존은 언뜻 보기에는 녹록지 않아 보였다. 지하철 출구는 한 대형마트와 연결돼 있고 출구에서 오씨의 편의점으로 가는 5분 동안, 기자가 확인한 편의점만 3개였다. 동대문구청 바로 뒤 목 좋은 곳은 2개의 각기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영업중이다.오씨의 가맹 형태는 임대료를 본사가 책임진다. 대신 다른 가맹 형태 보다 본사가 이익을 보다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24시간 운영되는 동대문용두점에는 평일은 1명, 주말은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한달 인건비가 기존 보다 50만원 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점주의 수익은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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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GS25 동대문용두점 점주인 오승민씨가 계산대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씨는 “중소기업 다니는 수준의 벌이는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와는 타깃층이 다르고 상품 구성 등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한 덕분이다. 특히 그는 단순히 해왔던 일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벌인다. 그 스스로 “회사는 나한테 안돼”라며 한 발 앞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셀프 계산기를 누구보다 먼저 도입했고 빼빼로데이 상품을 팔 때는 인형을 뒤집어 쓰기 판촉에 나선다. 기타를 들고 버스킹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구청 청소과와 접촉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일에도 나선다. 1명의 고객이라도 자신의 점포를 찾아오기 위해서다. 그런 그에게 유튜브는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닌 하나의 생존전략이다. 실제로 이날 거래처에서 일을 보고 간다는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불쑥 오씨에게 “유튜브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을 건넬 정도로 오씨를 알아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들은 일부러라도 오씨의 점포를 찾는다. 홍보도 적극적이다. 계산대 앞에는 오씨가 만든 동영상이 태플릿PC를 통해 재생되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동영상은 편의점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망라돼 있다. 신상 상품 소개부터 알바생 구하기 노하우, 소비자라면 한 번은 궁금해봤을 ‘1+1 상품’의 수익성,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폐기 상품 처리 과정 등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본사 상품의 구성과 할인 정책에 대해 싫은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본사의 반응은 어떨까. 그는 “본사에서도 유튜브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웃었다. ‘무언의 압력’ 같은 것은 없다. 회사에 대한 그의 애착이 남다르는 것을 회사도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본사 직원과 함께 편의점 창업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으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편의점 매장을 보면 대충 그 매장의 견적이 나온다”는 그에게 편의점 이용 팁을 물었다. 오씨는 “매장에 들어와 찾는 물건을 없으면 그냥 나가는 경우가 있다. 일단 물어보는 것이 순서”이라고 말했다. 최소 1000개 이상의 물품이 있는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단번에 물건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질문은 헛걸음을 하지 않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또 그는 “최근 편의점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과일을 볼 수 있다. 상품에 프로모션이 걸려 있어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서 “단골 편의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행사 등을 챙기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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