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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기적, 참 별거 아니야. 그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DJ의 오프닝 멘트가 별거 아닌 듯하지만, 그것조차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정지우 감독)은 그 기적 같은 이야기를 펼쳐주겠다는 심산으로 영화 초입부터 “기적”을 이야기하며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한다.
1994년 어느날 아침, 동네 골목 빵집 미수 제과점에 현우(정해인 분)가 들어오고, “오픈 전”이라는 미수(김고은 분)의 말에도 불구하고 현우가 뜬금없이 두부를 찾으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두부 대신 콩으로 만든 그 무엇이라도 찾던 현우가 근처 슈퍼로 발길을 옮기려던 찰나 라디오에서는 이날 새롭게 DJ를 맡게 됐다고 밝히는 유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순간 현우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이후 현우는 미수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미수에게 그날 기적이라 말한 이유를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음을 관객들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채 좁혀지기도 전에 현우 앞에 나타난 불량한 친구 무리들이 빵집을 어수선하게 하고 만들면서 현우의 순탄치 않은 앞날을 직감케 하고,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서 현우와 미수는 몇번이나 주파수가 어긋나고 만다. 그럼에도 만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엇갈리기를 몇차례 거듭하면서도 우연에 필연까지 더해지며 두 사람의 로맨스는 마침내 본궤도에 오르는데, 과연 관객들은 이들의 기적 같은 인연의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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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든 기적이든 상관 없이 연애세포를 한껏 자극하는 로맨스는 많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한다. 평범한 남녀의 소소한 연애 이야기가 특별할 것도 없지만, 공감 지수가 더 높아지는 면도 있다. 게다가 정해인과 김고은의 멜로 호흡이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드라마로 로맨스 경험치를 높인 정해인과 일찌감치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고은이 이번 영화에서 만나 케미스트리를 폭발했다. 무엇보다 해사한 미소가 매력인 정해인은 영화 속에서도 노골적으로 “잘 생겼다”는 칭찬을 받으며 미소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를 반복해 정해인이 곧 개연성이 되는 영화가 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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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로맨스가 추락하는 순간에도 그 위기가 감정 과잉으로 그려지지 않는 점도 영화의 강점이다. 현우에게 등을 돌리려는 순간에도 “뛰지마, 다쳐”라고 말하는 미수의 대사처럼 영화는 어리지만 담대한 청춘들의 감성을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신승훈, 이소라 등 시대를 풍미한 감미로운 목소리들과 핑클, 모자이크 등의 경쾌한 음악들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천리안 PC 통신을 비롯해 시대상을 반영하는 소품들이 배치된 장면들은 관객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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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가을 극장가에서 레트로 감성 로맨스 ‘유열의 음악앨범’이 어떤 기적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적어도 정해인과 김고은의 로맨스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득되는 관객들에게는 행복지수를 한껏 높일 수 있는 반박 불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개봉.
cho@sportsseoul.com
사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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