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로이스터
지난 2010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두산-롯데전 당시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최승섭기자

파격일 수 있다.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를 고려하면 당사자들에게 곤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루머와 가짜 정보들이 구단의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 감독 선임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나돌고 있다. 롯데 차기 사령탑 후보들을 수면 위로 띄워 이들의 장·단점을 살펴 팬의 이해를 돕기 위해 ‘SS 청문회’ 코너를 신설했다. 자천타천 후보에 오른 야구인들의 입과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평가를 토대로 리더십을 들여다보자는 게 청문회의 목적이다. 담당기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팀을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지도 청문보고서 형태로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00년대 롯데 야구 부흥기를 진두지휘한 제리 로이스터(67) 감독은 롯데 팬이 원하는 차기 사령탑 0순위다.

지난 2008년 KBO리그 사상 첫 정식 외국인 감독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노 피어(No Fear)’ 정신을 바탕으로 ‘도전적 공격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타자는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 있는 스윙을, 투수는 장타를 의식하지 않는 힘 있는 투구를 화두로 내세웠다. 이르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코치진과 선수, 베테랑과 신예가 모두 어우러져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수평적 관계를 맺은 새로운 더그아웃 문화였다. 결국 만년 하위권을 맴돈 롯데 야구는 로이스터 부임 첫해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면서 8년 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이어 팀을 떠난 2010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롯데 야구를 탈바꿈시켰다.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사직 노래방’으로 변신, 그라운드 밖에서는 KBO리그 응원 문화를 주도하는 성지였다.

최근 롯데 야구의 추락 속에서 팬이 ‘로이스터 컴백’을 외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팀의 암흑기를 청산하는 데 이바지한 인물인 만큼 ‘제2 암흑기’에 놓여 있는 롯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더구나 부임 당시 투수코치로 보좌한 페르난도 아로요가 현재 투수 육성 총괄 코디네이터로 롯데에 복귀했고 메이저리그(ML) 전문가인 성민규 신임 단장 체제로 변신했다. 팬 사이에서는 로이스터 복귀 환경이 조성됐다는 말이 나돌았고, 실제 롯데는 이례적으로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을 공개하면서 로이스터를 외인 후보 최종 3인에 올렸다. 성 단장을 중심으로 롯데가 내건 ‘소통과 공격 야구’라는 새 사령탑 조건에도 그의 지도 철학이 부합한다는 것도 ‘로이스터 컴백’을 외치는 팬들의 명분이다.

말 그대로 잊을 수 없는 환희다. 그럼에도 여전히 ‘향수에 젖은 도박’이 돼선 안 된다는 시선이 만연하다. 창단 원년 팀으로 역대 최대 위기에 몰려 있는 롯데 야구인만큼 더욱더 냉정하게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롯데를 떠난 뒤 로이스터 감독의 행보다. 한국을 떠난 뒤 2011~2012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3루 주루코치로 활약한 그는 2014년부터 멕시칸리그 티그레스 데 킨타나 루 사령탑을 맡았지만 1년 6개월 만에 경질됐다. 이후 미국 현지에서도 그가 설 자리는 딱히 없었다. 5년 가까운 현장 공백은 갈수록 빠르게 변화는 전 세계 야구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10년 전 로이스터 시절 한 관계자는 “현장 감각이라는 게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또 로이스터 감독이 1952년생으로 고령에 가까운데 공백 기간 얼마나 야구를 접했고 트렌드를 읽었는지를 잘 살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갈수록 섬세해지는 아시아 야구에 로이스터 감독 스타일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견해도 있다. 과거 재계약 실패 당시에도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지적받는 등 단기전 전략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정면 승부를 강조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데이터 야구가 중시되는 현시점에서는 정공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여기에 당시 로이스터 감독이 연착륙하는 덴 양상문(투수코치), 김무관(타격코치) 등 ‘감독급 코치’의 역할도 한몫했다. 당시 코치로 활약한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스타일을 추구했던 건 맞다. 다만 공격 일변도의 전략이었는데 현재 얼마나 변화를 줄만큼의 공부를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당시 주전급으로 활약한 A는 “(전략, 전술을 떠나서) 선수가 지닌 잠재력, 특히 멘탈을 바닥서부터 최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감독이다. 실제 생활한 선수들은 명장이라도 칭찬에 인색한데 로이스터는 인정했다”면서 분위기 반전이 최우선인 롯데 현실에서 마이너스가 될 카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제리 로이스터 프로필

LA다저스(1973~1975)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975~198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985~1986)

시카고 화이트삭스(1987)

뉴욕 양키스(1987)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988)

콜로라도 로키스(1993)

몬트리올 엑스포스 마이너 수비 및 주루코치(1999)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2000~2001)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2002)

LA다저스 마이너리그 수비 코디네이터(2003~2004)

라스베가스 51s 감독(2005~2006)

롯데 자이언츠 감독(2008~2010)

보스턴 레드삭스 3루 주루코치(2011)

디그레스 데 킨타나 루 감독(2014~2015)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