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을 내놓은 곽경택 감독이 “감정 과잉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25일 개봉한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은 그동안 한국전쟁을 다룬 많은 영화들, 혹은 슬프고 참혹했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많은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담백하기 그지 없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특히 17세 꽃다운 나이에 유격대로 모집돼 훈련 2주만에 인민군의 총알받이나 마찬가지로 작전에 투입된 학도병 772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감정적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뭉클한 마음은 오로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놨다.

이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할 수 있는 만큼 한 것 같다. 제가 아무리 쥐어짜봐야 나올 수 있는 감정이라는게 한계가 있을거다. 그리고 내가 설득돼야 관객들이 설득되는거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나치게 감정이 들어가면 제가 보기 힘들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명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알고보면 학도병 캐릭터를 연기한 김성철과 최민호의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이점을 말하자 곽 감독은 “그래서 김명민에게 미안하고 동참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준(김명민 분)이라는 인물이 반드시 필요했다. 원래 제가 각색하기 전에는 안 보이던 인물이었는데, 학도병들이 전투를 치르고 희생을 치르고 돌아오는 이야기 속에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없었으면 아예 이야기가 시작될 수 없었다. 그래서 김명민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김명민의 촬영분은 상당부분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경택은 “안 쓴 부분이 많이 있다”고 인정을 하면서 “이명준의 드라마 부분인데, 여전히 기획의도가 학도병의 이야기니까 모니터 시사회를 거치고, 내부회의를 하다보니까 결국 학도병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게다가 조금이라도 호흡이 길어지거나 심하게 가르치려 하는 느낌을 주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일 수 있으니까, 속도감을 위해서라도 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장사리’는 전쟁영화가 작지만 단단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화려한 CG나 스펙타클한 전투신이 없기도 하다. 곽경택 감독은 “더 이야기를 키우기에는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들(학도병들)의 희생에 충실하자’, 그걸 표현하는데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 곽경택 감독은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싶다. 평균나이 17세인데, 그들이 당시 하이칼라다. 똑똑하고, 형편이 괜찮은 아이들이었을거다. 그때는 누구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때가 아니었는데, 그들은 학생이었다. 습득력이 좋은 고급자원이었을거다. 그런데 제대로 청춘도 꽃피우지 못하고 죽은건데, 얼마나 허무하겠나”라며 탄식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