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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행복하고 감사한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이재익(20·알라이얀)은 10월 월드컵 2차 예선 두 경기 출전 엔트리에 포함되며 처음으로 A대표팀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신예 수비수를 발탁한 적이 없는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U-20 월드컵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지금 시점에 대표팀에 불러 확인하고 싶다”라며 이재익을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볼 만한 자원이라고 밝혔다.

이재익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탁이다. 당초 이재익은 10월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을 벌이는 김학범호 합류가 유력했다. 이재익도 당연히 22세 이하(U-22) 대표팀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이재익은 30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와 있어 깜짝 놀랐다. U-20 대표팀 선수들, (이)강인이에게도 연락이 왔다. 축하한다며 한국에서 보자고 하더라. 정정용 감독님께서는 바쁘셔서 연락을 못하신 것 같다”라며 웃은 후 “원래 U-22 대표팀 때문에 갈 생각을 했는데 예상 밖으로 A대표팀에 가게 됐다.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곳이지만 이렇게 빨리 가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행운이 계속 들어오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재익은 불과 5년 전인 2014년 포철중 3학년 시절 측면 공격수에서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당시 스승이었던 김동영 강원 전력강화부장은 이재익의 신체조건이 좋고 스피드와 기본기가 좋은 점을 보고 새로운 자리에서 뛰는 것을 권유했다. 이후 이재익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고, 연령대 대표팀에 꾸준히 호출되는 재능 있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공교롭게도 이재익은 지난해 강원 입단 후 2군에서 김 부장과 재회했고, 센터백으로서 착실하게 성장한 끝에 A대표팀까지 올라가게 됐다. 이재익은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때 포지션을 바꾼 게 제 인생을 바꾼 것이었다.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대표팀에 가게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번 소집에서 이재익은 평소 존경했던 수비수 김영권을 만난다. 이재익도 김영권처럼 왼발잡이에 발이 빠른 장점이 있다. 빌드업 능력이 좋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키도 이재익이 185㎝, 김영권이 186㎝로 거의 같다. 이재익은 “모든 형들이 신기할 것 같다. (손)흥민이 형을 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누구보다 영권이 형을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평소 존경했고, 닮고 싶은 선수였다.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선배라고 생각한다. 형이 어떻게 축구를 하는지 잘 관찰하고 싶다. 보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대표팀에 가는 김에 A매치에 데뷔하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벤투 감독님께 제 나름의 장점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A매치 출전도 좋지만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카타르 리그 이적 후 이재익은 전 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리그에서 자신의 약점을 채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이재익은 “카타르는 팀 조직력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격수들의 능력은 확실히 좋다”라면서 “제가 1대1 대인마크에 약점이 있었는데 많이 배우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해서 체중도 3㎏ 정도 증가했다. 전보다 몸이 좋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재익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센터백인 가브리엘 메르카도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메르카도는 아르헨티나 명문 리베르 플라테와 스페인의 세비야를 거친 실력파 수비수다. 이재익은 “정말 뛰어난 선수다. 훈련,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같은 선수지만 저에게는 과외 선생님 같은 존재다.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수비 파트너 행운까지 따라 좋다”라고 말했다.

해외 생활인 처음인 이재익은 카타르 적응도 무리 없이 해냈다. 그는 “처음에는 사실 정말 힘들었다.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한 면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이제 괜찮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다. 경기에도 꾸준히 나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최근에는 팀 성적도 좋다. 영어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더운 카타르 날씨는 경기장 시설 덕분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재익은 “훈련할 땐 덥다. 정말 너무 더워서 힘들다 .그런데 경기장에는 에어컨이 나온다. 20℃에 맞춰져 있다. 굉장히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해 괜찮다”라고 말했다. 현재 카타르에는 이재익 외에도 남태희와 정우영(이상 알사드) 국가대표 선배들이 뛰고 있다. 이재익은 “형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주말에 마침 맞대결이 있는데 꼭 이기고 싶다”라며 웃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A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이재익의 축구 인생은 훈풍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 20세인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재익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 2020년에는 올림픽도 있다. A대표팀에도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 더 열심히 해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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