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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비슷한 듯 다르다. 둘다 코칭스태프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령탑에 오른 것은 흡사하다. 하지만 걸어온 길은 차이가 난다. 키움 장정석 감독과 삼성 허삼영 신임감독에 대한 얘기다.
1군 무대 경험부터 차이가 크다. 1993년 당시 유망주 투수로 삼성에 입단한 허 감독은 2년 동안 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짧았고 조기 은퇴를 결정한 후 삼성 현장 스태프에 합류했다. 반면 장 감독은 1군 무대에서 8시즌을 뛰면서 580경기에 출장했다. 주전과 백업을 오간 선수로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막강 전력을 자랑했던 현대서 정신적 지주 구실을 했다. 선수단이 결속을 다질 때 중심에 선 이도 장 감독이었다.
현역 은퇴 후 걸어온 길도 다르다. 허 감독은 다방면에서 활약했다기 보다는 전력분석 파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운영팀장을 맡았는데 전력분석팀장도 겸직했다. 장 감독은 기록원부터 매니저, 운영팀장, 메이저리그 구단 파트너십 담당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했다. 매니저 경험이 풍부한 만큼 감독을 맡기 전부터 선수들과 의사소통에 능했다. 실제로 장 감독은 선수와 직접 마주해 2군행을 통보하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운영팀장 경험을 살려 현장에 필요한 데이터와 배제해야 할 데이터를 분간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 결과 장 감독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중 피로도를 키움 구단과 KBO리그 성향에 맞춰 가공해서 활용하고 있다. 투수를 관리할 때 투구수와 이닝수, 연투 횟수만 보는 게 아닌 투구시 상황을 면밀히 체크해 피로도를 측정한다. 무주자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과 주자가 채워진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은 심적인 부담에 따른 신체적 피로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파악해 수치화했다. 덧붙여 장 감독은 야수진 멀티포지션에 따른 지명타자 로테이션과 체력안배 시스템도 확립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과정에서 반대의사를 비춘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킨 것도 장 감독의 몫이었다. 일례로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은 지난해까지 유격수와 3루수를 병행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이를 받아들이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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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 또한 전력분석 경험을 살려 삼성 만의 데이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신의 틀 안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야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야구의 주체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다. 감독으로서 코치, 선수들과 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하고 경우에 따라선 밀고 당길 줄도 알아야 한다. 데이터 활용은 물론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이심전심을 이룰 때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캐미스트리가 형성된다. 이는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데이터에 능한 젊은 사령탑을 선호하면서도 리더십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장 감독 역시 3년 전 부임 당시에는 스타 출신이 아닌 데에 따른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관계 문제에 물음표가 붙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경험을 십분 발휘하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허 감독의 과제도 다르지 않다. 선수들과 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하고 코칭스태프와 조화를 이룰 때 반전에 성공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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