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정채봉 우리銀 부행장 등 소환해 ‘DLF 사태’ 질타

-지성규 행장 지시로 DLF 파일 만들었다 고의 삭제한 하나銀…함영주 “자리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

-정채봉 “뼈를 깎는 고통 느낀다…사기 의도는 없었지만 죄송”

KakaoTalk_20191021_144433972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 장경훈 KEB하나카드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 ‘DLF 사태’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 김혜리 기자

[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와 관련해 “갬블(gamble·도박) 같은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책임은 소비자 보호 측면으로 봐도 금융사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또 하나은행의 DLF 관련 파일이 지성규 하나은행 행장의 지시로 작성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주요 경영진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나은행에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우리은행에서는 정채봉 부행장이 소환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은 채 판매를 강행한 은행권에 대한 국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동의했다. 일부 국회의원은 은행 경영진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하나은행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늘어날 정도로 DLF 판매를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고, 윤 원장은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금리 등이 얼마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손실, 올라가면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것인데 국가 경제에 도움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윤 원장은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 징계에 대해 “확실하게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어떤 것도 다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나은행은 앞서 지성규 행장 지시로 ‘DLF 사태’ 관련 전수조사와 손해배상 관련 검토 자료를 만들었다가 금감원의 실태 검사가 이뤄지기 직전에 이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함영주 부회장은 “이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 “금감원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 당행도 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자 금감원 측 은행담당인 김동성 부원장보는 “조사 결과 지 행장이 DLF 관련 현황 파악을 은행 직원에 지시해 작성한 파일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금감원에서 발견할 때까지 해당 파일이 존재했다는 것을 은닉했다. 금감원에서는 고의로 DLF 관련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하나은행 측 관계자도 “DLF 가입고객 전산자료를 삭제한 게 아니라 자체 현황파악을 위해 내부검토용으로 작성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며 “내부 참고용이라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한 것이고, 금감원 검사 계획 발표 전 삭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은행권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손실율이 가장 높은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F를 판매한 것도 질타했다. 특히 100% 손실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내용을 상품위험설명서에 고지하지 않은 것과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홍보 문구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또 주거래 고객들을 기망한 사기 판매라는 지적에 대해 정채봉 부행장은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뼈를 깎는 아픔을 느끼고 있다. 고객들의 손실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DLF 사태로 이해 손님들의 소중한 재산을 손실케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부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yook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