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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감독)이 최근 26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9 로맨스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섰다. 이로써 영화사 집은 올해도 흥행작을 배출하며 또 한 번 내실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영화사 집은 그동안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굵직한 작품들부터 남다른 소재와 의미를 지닌 영화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로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이래 거의 매년 한 작품씩 개봉시키고, 그 중에서도 흥행하지 않은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로 타율이 좋은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2007년 첫 영화로 선보인 ‘그놈 목소리’부터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내사랑 내곁에’(2009), ‘전우치’(2009), ‘초능력자‘(2010),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감시자들(2013), ‘두근두근 내 인생’(2014), ‘검은 사제들’(2015), ‘마스터’(2016), ‘골든슬럼버’(2018), 그리고 지난해 흥행시킨 ‘국가부도의 날’까지.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감탄사가 뿜어져나온다.
영화사 집의 역사와 함께 한 이유진 대표를 만나 이번 ‘가장 보통의 연애’의 흥행과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유진 대표는 국내 영화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남다른 내공의 소유자이면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는 겸손한 모습으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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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로맨스는 모험이다”
김래원과 공효진의 현실 로맨스인 ‘가장 보통의 연애’는 풋풋하고 설레는 감성 로맨스가 아니라 적나라한 대사들이 동공을 확장시키는 게 매력. 촌철살인 연애담이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지만, 제목처럼 보통이라면 충분히 보통이라고 할 이야기다. 영화사 집이 그동안 참신한 소재의 영화들을 선보인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인 듯 싶은데, 어떤 점에 끌려서 하게 된 영화일까. 이유진 대표는 먼저 “캐릭터가 좋았다”고 한뒤 “멜로나 로맨스가 새롭기는 어렵더라. 전개가 정해져있기도 하고, 흐림이 좀 뻔하다. 그래서 재밌고 공감되게 만들기 쉽지 않다”면서 로맨스물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그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국)워킹타이틀의 로코든 한국에서 잘 된 로맨스를 보면 이야기가 새로워서라기보다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힘이든가 그안에 같이 포함돼 있는 관계에 대한 화두가 공감될때 그 영화가 더 재밌는게 아닌가 싶었다. 줄거리나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아니라, 로맨스물에서는 그런게 매력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기본적으로는 제가 취향자체가 조금 어른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거 같다”면서 “그러다보니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보다는 사랑에 상처받고 관계에 대해 회의도 하고, 요즘 비혼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결혼 할지 말지 생각도 하고, 그런 고민을 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 같다”고 다시 ‘가장 보통의 연애’를 내놓게 된 이유를 들었다. 또, “보신 분들이 웃기다는 말씀 많이 하시는데, 애초에 코미디를 하려고 한건 아니었다. 아이러니한 상황들, 실소가 나오게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들을 그린건, 현실에서도 연애하는 사람들은 절실하고 진지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제3자가 보면 코미디처럼 보이니까 그런 재미가 있길 바란거 같다. 위트가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한거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동안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소재들로 도전했던 것과는 비교가 된다고 하자 “요즘은 로맨스물을 하는것 자체가 모험이다”라고 답했다. 이유진 대표는 “‘내 아내의 모든것’을 할때도 로맨스물이 멸종 직전에 하는거였다”면서 “다시 로맨스 장르들을 하면 좋겠다 하면서 하게 된거 같다. (로맨스는)장르자체가 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유인즉 “드라마 장르는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흥행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점점 투자도 잘 안 되고, 캐스팅도 잘 안되고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여배우들이 멜로 장르를 통해 굉장히 선전하고, 트로이카 시대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워낙 TV 드라마에서 멜로 장르가 많다보니까 그런지 몰라도 여러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있을것 같다. 극장에서는 좀더 영화적인, 스케일이 큰 작품을 찾고, 좀더 자극적인, 볼거리가 있는걸 찾게 되고 하니까 점점 로맨스물은 안 만들어지더라”고 분석했다.
로맨스 자체가 도전이었던 만큼 흥행에 성공해 기쁨이 더 크기도 하다. 이 대표는 “걱정 많이 했는데 너무 기쁘다”면서 “만들 때도 걱정됐지만, 홍보마케팅할때도 드라마장르는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어렵더라. 인지도나 호감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면서 “무엇보다 배우들이 너무 잘 해줘서 잘 된 것 같다”며 공을 주연배우들에게 돌렸다. 그는 “주연배우의 매력 케미가 워낙 작품을 많이 좌우하는데, 두 배우 모두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고 하면서 “특히 여주인공 캐릭터는 시나리오 보고 하겠다는 배우가 있을까 했는데, 공효진이 해줘서 센 캐릭터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현실 속 모습인 것처럼 그려줬다. 욕설은 아니지만 너무 과감한 대사들인데 효진씨가 옆진 언니같은 친근함으로 공격적이지 않고 쿨하게 느껴지게 잘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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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 몇번 봐도 재밌는 영화 만들고 싶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을까. 이유진 대표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큰 그림을 묻자 이 대표는 “목표로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웃으면서 “친구들은 가끔 ‘너는 언제 천만 해?’ 하기도 한다. 천만영화가 많아지니까, 일반인들에게는 쉬운 거라 생각할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말문이 막힌다. 당연히 (천만영화)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다. 저는 오히려 400만~500만 관객이 드는 영화를 많이 하는게 목표다. 그런 영화를 많이 하고 싶고, 오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목표로 해서인지 정말 매년 작품을 내놓는다 싶을 정도로 작품수가 많다. 이 대표는 “꼭 한해 한작품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매년 계획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영화하는 사람들은 다 알거다. 열개를 준비한다고 열개를 다 개봉시킬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많이 준비한다. 또, 바로 연결해서 하는 편이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다 잘 해줘서 그런게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유아인과 박신혜 주연의 영화 ‘#ALONE’을 촬영·진행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로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궁금했다. 이 대표는 “재밌는 영화는 다 좋아한다”면서 “뭐가 재밌냐 하면 개인의 취향 문제다. 그런데 만드려고 할때는 취향에 제작비를 책임져야한다. 그게 같이 합쳐져서 선택을 하게 된다”고 했다. “제작비도 계속 올라가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쉽지 않으니까 고민도 하면서 정하게 된다. 제취향은 감성적인 부분이고, 손익분기점이나 제작비 같은 생각은 논리적인 부분이다. 그게 합쳐져서 판단을 하는거다.”
취향을 이야기하면서는 “아무래도 작품을 선택할 때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되기는 한 것 같다”면서 “제가 조금 드라이한거 같다.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게 굉장히 어려운거 같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때론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시쳇말로 신파가 흥행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영화사 집은 늘 그런 분위기를 배제해온 듯한 모습이다. 이 대표도 “투자를 받을 때 그런 게 더 잘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취향의 문제인거 같다. 감독하고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억지로 웃기거나 울리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일부러 감정을 과하게 가져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 표현에 따르면 내가 ‘멀멀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천만 영화를 못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과 관객들의 시선이나 눈높이도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 대표는 어떻게 그 흐름을 따라가려 할까. 그는 “영화는 그 시대를 어느정도 표현해야한다는 점에서, 놓치고 있는건 없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하는거 같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은 마음이 올드해지면 안되더라. 그러면 안되겠다 생각은 하는데, 노력하는건 쉽지 않아서 먼저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1년에 한번 개봉할 때마다 시대가 또 변해있어서 깜짝 놀란다. 매체환경이나 관객들의 관람태도나 많은게 변해서 매번 적응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오래 되고 많이 만들었다고 해도 할 때마다 새로운 시작이니까 매번 두렵고 매번 어렵다”는 이유진 대표는 “변화하는 시대에도 몇번을 봐도 재밌는 영화, 그런 걸 하고 싶다. 그런걸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최동훈 감독님이 그렇게 몇번씩 보는 영화를 만든다. 그런 지점이 필요한 것 같다. 몇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영화를 (프로듀서)할때도 10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사극영화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이 하셨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영화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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