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_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허성태가 ‘늦깎이 대세’로 스크린과 안방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 MBC ‘이몽’에 이어 얼마전 OCN ‘왓쳐’을 끝낸 그는 이달에는 영화 ‘신의 한수:귀수편’(리건 감독·이하 귀수)과 ‘블랙머니’(정지영 감독) 등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나선다. 영화 ‘밀정’ 등을 시작으로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는 이제 신스틸러를 넘어서서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며 이야기의 한축을 담당하는 주조연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일 개봉 예정인 영화 ‘귀수’에서는 이길 때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거는 근성의 인물이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바둑으로 악명 높은 부산 잡초 역으로 허성태만의 전매특허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부산잡초 신의한수 귀수편

한번 보면 그 인상이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한 악역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덕분에 악역 제안이 줄을 잇는 만큼 고민도 있다. 허성태는 “이제 색깔이 다르고 싶고, 뭔가 좀더 매력있는 악역이었으면 한다. 사연이 있는 악역이었으면 한다. 그 사연이 표출되기 위해서 그런 부분에 많은 고민을 한다”고 털어놨다. 그렇기 때문에 “톤이 다르게 연기하려고도 한다”고 말한 그는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 ‘왓쳐’라는 드라마는 반응이 안좋기도 했다. 이때까지와 다르게 호흡도 많이 빼고, 대사도 힘을 빼고 했다고 해야하나. 단순화시켜서 했다. 나쁜놈인지, 좋은놈인지 모르게 하려고 그랬다. 그런데 로보트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무모한 선택이었나 싶다.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되는건데,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건가 싶다. 영원한 숙제인것 같다”고 밝혔다.

악역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싶은 욕심을 없을까. 허성태는 “천만 다행으로 이번에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나 영화 ‘히트맨’, ‘스텔라’에서는 재밌는 역할이다”라고 밝히며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엄청 찌질해서 깜짝 놀랄거다”라고 자신했다. 또, “악연기할때보다 재밌는 연기를 할때 더 좋다”고 말한 허성태는 “악역 연기를 하면 제가 오글거리는게 있다. 무게가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척 해야할때, 멋있는척 해야할때 오글거린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전쟁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정의로운 역할도 언젠가는 해봐야죠”라며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쉼없이 활동하면서 지칠 법도 한데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물었다. 그는 “반대급부로 쉬었던 시간이 많으니까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힘 빠지고 그럴 때 근처에 걸어간다. 옛날 연기 처음 시작한게 독산동인데, 지금 사는데에서 조금 걸어가면 거기다. 거기에 가면 힘들었던 냄새가 난다. 그때 생각하면 ‘아니다. 열심히 해야겠다’ 싶다. 그때의 냄새가 나면 그때의 생각이 나고, 그 장소에 가면 그때 노래가 생각나고 그런다. 그런 시기를 생각해보면 지금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허성태_제공 | CJ엔터테인먼트

35세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어도 이처럼 출연작이 끊임없이 나오는 대세배우가 된 허성태다. 그에게 소감을 묻자 “그냥 뭐 열심히 할 뿐이다. 다른 특별한 느낌이 드는 건 없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할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래도 어머니를 떠올리면 생각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허성태는 “사람들이 사진찍어달라고 하고 그런 현상은 그냥 거품인걸 안다. 그래서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어머니가 좋아하시는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데, 너무 좋아하시니까 어깨가 들썩거리면 제가 잡아준다. ‘그냥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내가 예전처럼 힘들면 정말 어려웠을텐데, 그냥 천만 다행이다 하며 넘어가자’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즐거워하시는게 매순간 제일 기쁘다. 요즘 어머니가 말버릇처럼 ‘내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신다.”

허성태는 “어머니는 내가 예능에 나오면 그렇게 좋아한다. KBS2 ‘해피투게더’에 나오고 ‘연예가중계’에 나온다고 하니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에 나온다고 좋아하더라. 영화에 나오는 건 정말 ‘잘 봤다’ 하는 정도인데, 이번에 MBC ‘구해줘, 홈즈’에 나왔을 때도 제일 좋아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휩쓸 허성태가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귀수’ 개봉 한주 뒤인 오는 13일에는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가 개봉한다. ‘블랙머니’에서는 서울지검에서도 잘 나가는 중앙수사본부 검사로 등장해 날카로운 뇌섹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허성태는 “그런 부분이 엄마에게 큰 선물이 될거 같다. 거기서는 깔끔한 모습인데, 아들의 또 다른 모습을 비슷한 시기에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며 또다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래서 안 쉬고 일하고 싶다. 드라마가 끝나면 영화관 가서 보시게 하고, 영화 끝나면 드라마 보실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데뷔 전에는 굴지의 대기업들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뒤늦게나마 연기에 도전한 건 오랜 꿈의 실현이라 짐작되는데, 허성태는 “꿈이라는 것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정하고 산다고 하지만, 20살까지 확신하고 사는 사람 별로 없을거 같다. 저 역시 중학교때 시네마키드였고, 영화 너무 좋아했지만, 막연한 동경이었지 꿈이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전 연애편지를 개봉 못하고 서랍에 넣어둔거처럼 ‘감히 내가 어떻게 제일 멋있는 사람을, 내가 뭐라고 배우를’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빨리 돈벌어서 남들처럼 사는게 답이다’ 그러면서 살았던거다”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할까. 허성태는 “그건 그냥 즐거움인것 같다”면서 “‘이몽’을 찍을때 내가 왜 연기하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대기시간에 힘이 빠져 있다가도 슛 들어가면 즐거워지는데, 그 간극이 너무 컸다. 뭘 봐도 관심이 안가는데, 카메라만 돌면 진심으로 기쁘다. 이게 뭔가 싶은데 그게 희열인거 같다. 카메라만 돌아가면 행복하다. 이런 일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큰 행복인거 같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분명 스트레스는 있다. 그는 “와이프랑 술 한잔하고 털고, 와이프랑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해소법을 밝히면서 “최근에는 댓글 때문에 그랬다. 제 댓글이 많지도 않다. 그중에 몇개가 신경쓰였다. 속이 좁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댓글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분명 힘이 되는 글도 있다. 허성태도 마찬가지. 그에게 가장 좋았던 댓글이 무엇이었을지 묻자 곧바로 “‘배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눈물이 났다. 뭐뭐 작품 잘 봤다고 하면스 끝에 그 한줄을 써주셨다. 내가 더 감사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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