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방송인 권혁수와 유튜버 구도쉘리의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서로가 주고받은 메신저와 녹취록을 공개하며 폭로전 양상으로 번졌다.

권혁수와 구도쉘리의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30일 이들의 합동방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구도쉘리는 권혁수와 함께 등뼈찜 먹방(먹는 방송)을 했는데, 구도쉘리는 갑자기 상의를 탈의하고 브라톱만 입은 채 방송에 임해 비난받았다. 구도쉘리는 무례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사과 방송을 열었지만, 몰래 카메라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남겨 또 한 번 뭇매를 맞았다.

이후 구도쉘리는 지난 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라톱을 입은 건 권혁수와 협의된 상황이었고, 권혁수가 상의 탈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혁수가 이를 함구하라고 협박했으며 자신의 사과문은 권혁수 측이 대필한 것이라고 알렸다. 권혁수, 권혁수 매니저와 나눈 메신저 대화도 공개했다.

이에 권혁수는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도쉘리의 의견을 전면 부인하고 구도쉘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녹취까지 공개하며 맞섰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권혁수가 구도쉘리의 상의 탈의를 종용한 건지, 구도쉘리의 사과문을 대필한 건지, 협박을 했는지 여부였다.

구도쉘리는 앞서 공개된 인터뷰에서 권혁수와의 먹방 전, 권혁수에게 브라톱과 티셔츠 중 무얼 입어야 되는 거냐고 질문했더니 권혁수가 “티셔츠를 입고 촬영하다가 더우면 상의를 탈의해라”라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권혁수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말도 했고 자신은 그래서 권혁수를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권혁수가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제가 구도쉘리의 상의 탈의를 제안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린다”였다. 오히려 “구도쉘리는 (탈의)영상이 나간 후 ‘오빠가 재미있는 사람이니 (탈의가)연출된 것처럼 하면 가볍게 상황을 넘길 수 있지 않겠냐’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거짓말이기에 동조할 수 없었다. 구도쉘리는 그 부분에 상처를 받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권혁수 유튜브 채널 관계자도 “브라톱을 입고 촬영하자고 제안한 건 구도쉘리였다. 권혁수 씨는 당황해 아무 말도 못 했다. 당시 방송 후 논란이 이어지자 구도쉘리는 권혁수 씨에게 자신이 실수한 거냐고 묻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혁수의 매니저까지 상의 탈의를 권했다는 의혹에 대해 권혁수는 “구도쉘리의 XtvN ‘최신 유행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그런 거였다. 제작진이 구도쉘리가 브라톱을 입고 출연하길 원해 매니저가 구도쉘리에게 그 부분을 전달한 것뿐이다. 매니저가 브라톱을 입으라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구도쉘리는 먹방 이후 권혁수 측에서 빨리 사과 영상을 올리라는 요청을 받았고 권혁수 측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했다. 2차 사과글은 권혁수 측이 직접 써준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또 권혁수의 말은 달랐다. 권혁수는 “구도쉘리가 해명 영상 이후에도 논란이 가시지 않자 제게 ‘정신이 없으니 대필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도와줄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생각되어 편집자에게 구도쉘리를 도와주라고 전달했다. 저희가 대필하자고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혁수는 자신이 구도쉘리에게 극단적 선택, 페미니스트, 성희롱 관련 발언을 하며 탈의 종용을 입막음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앞서 구도쉘리는 인터뷰에서 권혁수가 자신에게 “우리가 한건 심각한 조작이고 성희롱이다”, “나 페미니스트들한테 고소당할 수 있다”, “주변에 그런 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들 많다”라며 탈의 사실을 입막음 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혁수는 “구도쉘리가 거짓 해명으로 입을 맞추자고 해서 제가 ‘어떤 일이든 너의 편이 되어줄 수 있지만 거짓말은 할 수 없다. 거짓말로 네 편을 들어주는 거면 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한다. 그 정도로 잘못된 행동이다’라고 했지 해당 발언을 한 적 없다”라고 말했다.

권혁수는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열고 메신저 대화를 공개한 것에 이어 5시에는 녹취록, 메신저 캡처본을 기자들에게 추가 배포하며 초강수를 뒀다. 25분여에 달하는 녹취록에서 구도쉘리는 권혁수 측에 커뮤니티 글의 정정 혹은 삭제를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가 담겼다. 이 커뮤니티 글은 권혁수 측이 탈의 종용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공지다.

공개된 메신저에서는 구도쉘리가 ‘방송할 때 제가 상의 탈의한 부분에 대해서 입을 잘 맞추었으면 해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사과문에 대해 ‘오해의 부분들을 확실히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묻는 상황도 담겨있다. 이는 앞서 구도쉘리가 공개한 권혁수 측이 사과문 전문을 보낸 메신저 캡처본, 권혁수 매니저가 “현장에서 브라톱으로 갈아입으시면 될 거예요”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캡처본과 반대되는 상황들이다.

이처럼 이번 두 사람의 이슈는 개인적인 의견 충돌에서 비롯된 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1인 방송의 폐해가 담긴 거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도쉘리가 브라톱을 입고 방송에 임했다는 걸 권혁수 역시 인지한 분위기였는데 그렇다면 상의를 통해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었을 거라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시선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라도 유튜브라는 영역에서는 화제를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줄을 타고 있는 꼴이 된다. 그 모양새가 신기해 이목은 집중시킬 수 있어도 자칫 잘못하면 많은 걸 잃을 수 있는 거다. 이번 두 사람의 논란도 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정직한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해외에서 큰 이슈거리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주제가 있다던지 등 세세한 부분도 살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구도쉘리 유튜브, 권혁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