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수익성 악화 우려에 실무진 회의 가져

-김태영 은행연 회장 “신탁시장 규제 지나치다”

-금융당국 “청와대 의견 반영해 DLF대책 마련”

[스포츠서울 문지현 기자] 금융당국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을 놓고 금융권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대책이 사모펀드 시장을 위축시키고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대안 마련을 위한 실무진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한 금융사들의 자성을 요구하며 “향후 2주일간 업계 반응을 살피고 최종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은행연)는 지난 주말부터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에 대한 은행권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주까지 시중은행 자산관리(WM), 신탁 업무 담당자들이 대면, 비대면으로 의견을 나누며 당국에 전달할 입장을 정리한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에 파생상품뿐 아니라 고위험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도 포함했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 금지되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지난 6월 말 판매 잔액은 74조원이 넘는다. 특히 작년 순이익의 10분의 1 수준인 8500억원의 수수료 수익(4대 시중은행 기준)을 가져다준 신탁 상품 판매 금지가 은행으로선 가장 뼈아프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일부 불완전판매 문제가 전 은행권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으로 확대된 점은 안타깝다”며 “신탁 시장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은행권 역시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려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일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내부 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감독해야 하고, 판매 자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법적으로 투자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겸영금융업자’라는 점을 내세울 계획이다. 자본시장법상 등에 따라 은행들은 겸영신탁업자, 경영금융투자업자 지위를 갖는다. 원금 보장되는 상품도 팔지만, 공격적인 투자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또 신탁 판매 자체를 금지하면 고객 선택권이 제한되고, 원스톱(One-Stop) 서비스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행연은 은행의 신탁 상품 판매 금지 재검토를 공식적으로 금융위에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미 발표한 대책을 뒤집을 경우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는 평소 소신과 거리가 있지만 “청와대나 여론, 국회의원은 물론 심지어 국감에 등장한 증인까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번 대책은 투자자보호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의 방향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은 위원장은 지난 14일 ‘시장중심 구조조정 활성화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의견을 수렴해서 (대책을) 바꾸면 오락가락이라고 할 것 같다”며 “(은행들이) 오해한 부분도 있다. 직접 설명해서 간극을 줄여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지현기자 mun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