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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향미에 같이 웃어주고, 울어주셔서 배우로서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지난 21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에서 배우 손담비(36)는 세상의 편견에 갇혀 상처 가득한 삶을 살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향미’를 연기했다. 따뜻한 동백(공효진 분) 덕분에 새 삶을 살아가려 했던 그이지만 결국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소외받은 이들을 대변하는 대사들로 먹먹한 울림을 선사하며 조연이지만 시청자들 마음속에서는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남긴 그다.
손담비는 ‘동백꽃’과 함께했던 지난 6개월을 “향미로서 살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들”이라고 기억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악플을 안 받아본 적이 처음이다. 이런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라는 손담비는 “향미에 같이 공감해주시고 웃어주시고 울어주셔서 배우로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SBS ‘미세스 캅’ 이후 3년만 안방극장에 돌아온 손담비는 복귀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향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전작들에서 줄곧 주연을 맡아왔던 손담비는 ‘동백꽃’에서 조연, 심지어 술집 딸 역할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도전과 마주했다. “초반에는 이걸 해도 괜찮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는 손담비는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임상춘 작가의 글 덕분이었다. 손담비는 “안할 수 없을 만큼 대본이 좋았다. 앞으로 나에게 맞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란 고민의 기로에 놓여 있었던 제가 이걸 잘 해내면 내가 노력한만큼 결과를 가져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예상대로 ‘동백꽃’을 통해 손담비는 연기생활 10년 만에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결손가정의 아이로서 사랑받지 못한 향미가 물망초 술집 딸로 살다가 동백을 만나며 조금씩 바뀌어 간다. 이런 향미의 서사에 대중이 많이 공감해주신 거 같다”며 “향미로 인생캐릭터 만났다는 반응이 제일 감사했다. 제가 울 때 같이 울었다는 댓글도 감동이었다”고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 전했다.
드라마 속 향미의 서사와 작가의 필력의 힘도 있었지만 향미가 조연에서 중심 캐릭터로 들어설 수 있었던 건 손담비의 디테일한 감정연기 덕분이었다. 특유의 의뭉스러우면서도 덤덤한 표정부터 뿌리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와 촌스러운 컬러의 다 까진 네일까지 마치 향미가 손담비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인 그다. 손담비는 “뿌염도 안하고 손톱도 까진채로 그냥 뒀다. 옷도 촌스러운 것만 입었다. 연기적인 부분은 맹한 구석이 있는 반면 눈치는 빨라야 하는 캐릭터라 스스로 대사를 하는데 있어서 템포 조절이 필요했다. 또 표정연기도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보고 얘기하는 것처럼 멍한 느낌 위주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향미 역할을 위한 노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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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효진과 절친 사이로 알려진 손담비는 실제로 ‘동백꽃’에서 동백과 향미로 ‘워맨스’를 뽐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초반에는 향미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효진 언니가 흔들리지 말고 제 뚝심대로 연기하라며 힘을 많이 주셨다. 또 워낙 편한 사이였기 때문에 동백과 향미의 워맨스가 더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공효진과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필구 역의 김강훈에 대해 “어린 친구지만 어른스럽게 정말 잘하더라. NG를 내는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하며 “감정이입도 빨리 하는 스타일이라 함께 연기할 때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규태 역의 오정세에 대해선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기억했다. 그는 “오빠와 촬영할 때는 웃다가 끝났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지 싶을 정도로 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셨다”며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분들과 함께해 제가 서포트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참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출연진들뿐만 아니라 향미란 캐릭터를 탄생시킨 임상춘 작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덧붙였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아서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작가의 힘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는 손담비는 “향미의 마지막회를 찍고 나서 작가님께서 제가 향미를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를 시작해 10년만에 ‘인생캐’를 얻은 손담비는 많은 사랑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손담비는 “사실 엄청 부담스럽다. 제2의 향미가 나올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제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며 공효진을 언급하면서 “언니가 작품 보는 안목이 뛰어난 거 같다. 다음 시나리오는 언니에게 보여주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단 한 번도 로맨스 연기를 해본적이 없다는 손담비는 차기작은 로맨스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동백 언니를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저도 ‘직진남’ 용식(강하늘 분)에게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고 웃은 그는 “늘 짝사랑하는 역할이나 철부지 없는 딸을 연기했는데 이제는 평범한 로맨스 주인공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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